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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0. (토)

경제/기업

"T/O제 폐지 저지 등 현안해결에 시도협회장들 도움 컸다"

3년 임기 마치는 오정석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장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를 3년간 이끌어 온 오정석<사진> 회장이 오는 3월 3년의 임기를 마친다. 오정석 회장의 '중앙회 3년'은 주류업단체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3년전 그가 중앙회장을 맡자마자 내건 슬로건은 '변화와 개혁'이었다. 취임초 "지금까지의 '매출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이익 중심'의 경영으로 마인드를 전환해야 한다"는 종합주류도매사업자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지향점을 내놓았다.

 

가급적 조용하게(?) 회무를 추진했던 전임 중앙회장들과는 달리 종합주류도매업을 경영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경영의 틀 안에서 '변화와 쇄신'을 강조한 것이다. 도매상들은 초기 익숙하지 않은 회무추진에 "음식·유흥주점에 술을 판매하는 종합주류도매상들의 단체인데 바꿀 게 뭐가 있고 무슨 개혁이냐? 너무 앞서나간다"며 변화를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 개의치 않고 오 회장은 1천200개 회원사의 권익보호 역할을 하는 중앙회 사무국 조직의 기능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IT 회의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중앙회를 실질적인 회의협의체로 탈바꿈시켰으며, 중앙회 회의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할 업계의 '선진화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주류발전포럼'을 만들어 16개 시도협회로 확산시켰다. 주류발전포럼은 주류(酒類)업계 발전방안에 대한 공감대 형성의 장이었으며, 회원들이 포럼에서 논의한 방안들은 중앙회 이사회 테이블에서 연차별 로드맵으로 구체화돼 실행에 옮겨졌다.

 

중앙회 한 전직 임원은 오 회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주류발전포럼이라는 소통 매개체를 통해 주류업계의 문제점과 1천200여 회원들의 애로사항을 찾아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임기방편식이 아닌 체계적인 회무 추진 기반을 구축했다."

 

중앙회장 3년 동안 성과도 많았다. 우선 생존권이나 다름없는 종합주류도매면허 'T/O제 폐지' 요구를 막아낸 게 꼽힌다. 면허개방 요구는 수입주류전문도매업과 한국음식업중앙회 등 유관단체들의 문제제기에서 비롯됐으며, 2014년 규제개혁위원회와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T/O제 폐지문제를 공식 논의하는 상황을 맞았다.

 

중앙회는 즉각 T/F팀을 꾸려 학계 저명한 주류학자들로부터 T/O제 유지 당위성에 대한 의견을 확보해 대응전략을 짠 후, 이를 토대로 공정위, 국세청, 국회 기재위, 국무총리실 등을 수십여 차례 방문하며 종합주류도매업계의 입장을 적극 개진했다. "면허 T/O제 폐지 저지 등 현안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16개 시도협회장들의 도움이 컸다"며 오 회장은 임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중앙회 연구·분석 기능 강화하고 시스템 갖췄다"
"중앙회 회무 추진의 외연을 국회로 넓혀"

 

2009년 이후 7년간 동결됐던 취급수수료를 인상시키는 값진 결과도 거뒀다. 취급수수료는 제조사가 도·소매업자에게 지급하는 빈용기 보관·운반 등 회수비용으로, ▷400㎖ 미만은 내년까지 16원에서 19원으로 3원 인상됐으며 ▷400㎖ 이상도 맥주값 인상분까지 더해 내년까지 19원에서 22원으로 3원 올랐다. 수수료를 지급하는 '갑'의 위치에 있는 제조회사들의 강력한 반대 속에서 나온 것이어서 의미가 컸다.

 

면허 T/O제 폐지 저지나 취급수수료 인상과 같은 성과는 오 회장 취임 후 중앙회의 연구·분석 기능을 강화하고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사실 종합주류도매업 면허 T/O제 폐지와 같은 인접단체와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 때면 민원제기 형태로 자주 불거지는 문제다. 올해 역시 대선(大選)이 있는 해여서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감독당국인 국세청이나 기획재정부의 보호막(?)이 걷힌 지는 이미 오래됐고, 업계 스스로 유사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에 대해 오 회장은 자신있게 성과를 말했다. "취임후 중앙회 사무국을 연구조직으로 바꿔나갔다. 이제는 주류제조사, 중앙회 회원사, 국세청, 환경부 어느 곳에서 종합주류도매업과 관련한 의견 제시를 요청해도 다 대응할 수 있도록 데이터가 준비돼 있다."

 

지나친 가격파괴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내 전국 시도협회가 자발적으로 '생존가격 준수'에 나서도록 이끈 점도,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치부를 드러내놓고 개선을 외침으로써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와 관련 오 회장은 "T/O제 유지도 중요하지만, 도매업계 최고의 문제는 가격인하경쟁이다. 가격이 무너지면 끝장난다"며 내실경영을 촉구했다.     

 

또하나, 도매사업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꼽는 성과는 바로 "중앙회 회무 추진의 외연을 국회로 넓혔다"는 점이다.

 

조직의 예산과 회원 수가 많은 사업자단체에서는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회무추진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것이지만, 종합주류도매업 관련 제도개선을 위해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도움을 이끌어내고 이들이 정기총회나 포럼에 참석해 축하메시지를 전하는 광경은 오 회장 재임 때가 처음이다. 그동안 인연을 맺은 이들은 최봉홍·이재오 전 국회의원, 홍일표·윤영석·윤호중·권성동·이주영·김진표·홍문표·박광온 국회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이다.   

 

중앙회 전직 임원은 "오 회장은 3년 동안 국세청, 기재부, 공정위, 규개위, 환경부, 국회를 상대로 회무를 추진하면서 다양한 인맥을 쌓는 등 업계의 권익보호를 위해 시야를 밖으로 넓혔다"고 평가했다.

 

오 회장은 "지난 3년간 동분서주하며 최선을 다했다. 초기에 주저앉았으면 한걸음도 못 나아갔을 것이다. 3년간 변화와 혁신을 이겨내느라 모두가 고생이 많았다"면서 "지난 3년의 경험과 인적네트워크는 분명히 우리 종합주류도매업계에 좋은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확신에 찬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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