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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15. (금)

[기고]국세에 관세를 포함시킨 세법개정(안)에 대하여

정운기 前 한국관세사회 회장

지난 7월 26일 기재부가 입법예고한 국세기본법과 관세법 개정(안)을 보면서 "왜 개정해야 하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주요 내용은 국기법 개정안에서 국세의 정의에 관세를 포함시키고 국기법의 규정과 유사·동일한 관세법의 총칙규정을 삭제하여 국기법을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관세는 내국세와 대칭되는 개념이다

 

관세는 국제협정, 협약, 조약 등과 연계하여 고려해야 하며, 과세표준, 징수절차, 세율 등이 다자 또는 양자 협정에 의하여 결정된다. 

 

또한 관세는 재정수입목적 외에도 다양한 목적으로 정책이 수립·집행되고 있어 내국세와는 전혀 다른 논리와 절차를 요구하므로 내국세와 관세를 분리해서 고려해야 한다.

 

세입추계 시 국세와 지방세로 나눌 때 관세와 내국세를 국세로 분류하고는 있으나 법상으로는 관세는 국세에 포함되는 개념이 아니라 내국세와 대칭되는 개념이다.

 

관세법은 기본법이지 국기법의 특별법이 아니다

 

국세기본법은 각종 내국세에 관한 기본법이고, 관세법은 수많은 국제협약, 양자 또는 다자 협정 등을 수용하고 있는 수출·입 통관 및 관세의 부과·징수·감면에 관한 관세기본법이다.

 

FTA특례법은 FTA 관련하여 관세법의 특례를 규정하고, 환특법은 수출용 원재료에 대한 환급을 위하여 관세법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어 관세법이 이들 법률의 기본법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관세법과 국기법은 성격이 명확히 다른 각각의 기본법의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관세법을 국기법의 특별법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되며 국기법에서 관세를 국세의 정의에 포함시켜서도 안 될 것이다.

 

관세법의 법률체계를 훼손해서는 안된다

 

관세법 총칙에 소급과세금지, 신의성실 원칙, 납세자 보호, 권리구제, 기간, 송달, 납세의무의 소멸, 법령해석의 기준 등 납세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세관공무원의 권리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독립된 법률의 체계에 합당하므로 관세법 규정을 삭제하고 국기법을 적용토록 하는 법률체계는 잘못된 법체계이다.
두 법은 필요하다면 준용규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다른 법체계와의 혼란 가능성이 없어야

 

관세법은 1949년 최초로 제정되어 70년간 집행되어 온 법이고 국기법은 1974년에 시행된 법으로 그동안 두 법은 각자의 체계 속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고 다른 법률에서도 관세와 내국세를 구분하여 규정 운영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을 보면 국세의 개념에 관세를 포함시키고 세법에 관세법을 포함시켰으며 관세법의 통칙부분을 대부분 삭제했는데 다른 법에서 국세, 관세 또는 세법 등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 갑자기 바뀐 용어의 정의 때문에 법적용·해석에 혼란이 없는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국기법 개정(안)은 환특법과 FTA 특례법에 대한 규정을 세법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FTA 특례법은 관세법의 특례를 규정한 특별법인데 왜 국기법에서 FTA특례법까지 규정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환급특례법은 국기법과 국징법의 특례를 규정한 특별법인데 환특법을 국기법 내에 수용하는 것은 특별법을 일반법 내에 수용하는 결과가 되어 법률 간의 상충이 우려된다.

 

관계기관과 협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관세법 개정(안)에는 ‘합의 필요없음’으로 되어 있는데 집행기관인 관세청의 의견이 필요없다는 말인가?

 

만일 관세청과 협의 없이 관세법 개정안이 마련됐다면 이는 명백한 절차상 하자있는 입법(안)이라 생각된다.

 

수출입 신고의 90%이상을 처리하고 있는 관세사업계는 이 개정작업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바 기재부는 왜 비공개리에 개정작업을 진행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납세자에게 불편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관세의 부과·징수 등 모든 절차는 관세법에서 모두 정하는 것이 납세자가 이해하기 쉽고 해석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관세문제를 검토하면서 관세법이 아닌 국기법에서 확인해야 한다면 납세자에게 많은 불편을 초래할 것이며. 관세에 대한 비전문가인 내국세 담당이 관세문제에 대하여 유권해석하는 사례도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관세법상 부과제척기간 5년∼10년을 삭제하고 국기법을 적용하면 7년∼15년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관세는 소득 등에 부과하는 내국세와는 달라 관세의 부과제척기간을 국세와 동일하게 늘리게 되면 수입물품 납세자에게 심대한 불이익을 초래하게 될 것이므로 사전에 협의나 의견 수렴절차가 필요하며 자칫 납세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결과가 있을까 심히 우려된다.

 

관세법과 국기법은 오랫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는데 왜 관세를 국세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세법에 관세법을 포함시키고, 국기법과 관세법에 공통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규정을 국기법으로 통일하고 관세법규정을 삭제하는 개정을 추진하려는지 그 필요성과 개정이유에 대하여 기재부는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법 개정으로 규정들 간의 충돌문제는 없는지, 납세자의 이익이 침해되는 문제는 없는지, 관세법에 존재해야 할 필수 규정들을 국기법에 이관함에 따른 납세자의 불편은 어떻게 해소시킬 것인지, 법률 체계상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총칙규정들을 관세법에서 삭제함으로써 관세법 체계를 엉망으로 만드는 문제 등 많은 문제점들이 예상된다.

 

기재부는 관세와 내국세의 본질적 차이를 인식하고 관세법의 기본법적 성격을 고려하여 이번 입법(안)은 폐기하고 관계기관 및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히 협의하여 필요성이 인정될 때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순리라 생각된다.

 

관세청과 국세청의 조직과 행정체계도 고려하고 관세법의 국제적 성격과 관세법의 기본법적 성격을 고려하여 관세기본법과 내국세기본법의 법체계는 반드시 각각 유지되기를 기대한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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