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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7. (수)

내국세

[현장]"수십년 근무한 동료 떠나는데 뒷골 당기는 느낌"

'김영란법' 시행후 달라진 퇴임식 문화에 직원들 '허무'

"'김영란법' 시행 때문에 그런다지만 30년 넘게 근무한 동료에게 너무 미안해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연말 6급 팀장, 일선세무서 과장, 일선세무서장들의 퇴직(명예, 정년)을 앞두고 퇴직하는 당사자나 같이 근무했던 동료·후배직원이나 모두 허무함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지난 9월28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김영란법' 때문이다.

 

국세청은 동료나 선·후배직원들이 수십년 근무한 후 퇴직할 때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기념품을 전해주는 전통(?)이 있다.

 

퇴직자들의 직급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순금 5돈 또는 10돈 가량의 '행운의 열쇠', 재직기념패, 상품권 등 기념품을 퇴직자에게 전달하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이때 비용은 대부분 관서 전 직원의 갹출로 마련한다.

 

그런데 이같은 전통(?)이 '김영란법'에 발목이 잡혀 10월 이후부터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말 명예퇴임식을 치렀다는 일선세무서 한 직원은 "지방청에서 전해주는 기념패 증정, 운영지원과에서 마련한 공식 꽃다발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동료가 떠나는데 뒷골이 당기는 느낌이었다.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일선세무서 다른 직원은 "그 달에 퇴직자가 많으면 하위직 직원들의 경우 조금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퇴직자가 한두명일 경우 하위직은 1만원 이하,  6급 팀장의 경우 1~2만원 정도 부담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무엇보다 수십년 동안 무탈하게 공직을 마무리한데 대한 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담아 전달하는 것이고, 기념품을 받는 사람도 고맙고 명예롭게 생각하지 청탁이나 로비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나 또한 퇴직하게 되면 똑같이 그 위치에 설 것인데…왠지 공직생활이 점점 무미건조해지는 느낌"이라고 우울해했다.

 

연말 퇴임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일선세무서 한 업무지원팀장은 "당사자는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부담주기 싫다며 퇴임식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플래카드 걸고 사진 정도는 찍어서 가져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겨우 설득했다"고 귀띔했다.

 

이 팀장은 "기념품 증정이 안된다면 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담을 다른 방안을 안내해 주든가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세청 청렴세정담당관실 관계자는 "퇴임식때 주는 '행운의 열쇠'는 경우에 따라 100만원을 넘을 수 있는데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법 시행 이후 '행운의 열쇠'라든가 재직기념패 등 직원 갹출을 통한 기념품 증정은 하지 말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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