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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9. (금)

내국세

'해외자원 투자' 한국가스공사…탈세인가 절세인가?[下]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합작법인…주요의결은 국내서 진행

현재 조세심판원에 계류중인 코라스와 코엘엔지에 부과된 세금은 부과제척기간이 도래한 2008년 귀속분 약 500억원(법인세 및 가산세)이다.

 

여기에 더해 가스공사를 비롯한 대기업 주주사들이 코라스와 코엘엔지로부터 받은 배당소득 감면 및 해외자원개발투자 세액공제 등의 부인처분에 따른 2010년 귀속분 과세 200억원 또한 계류중에 있다. 

 

국세청의 과세논지는 지난 2006년 개정된 법인세법에 따라, 코라스와 코엘엔지는 내국법인인 만큼 그간 무신고한 법인세·농특세(가산세 포함)를 추징해야 하며, 가스공사를 비롯한 주주사들은 국내 법인으로부터 재배당을 받은 것에 해당돼 소득감면 중 일부는 당연 부인되어야 한다는 논지다.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대기업 주주사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가스공사는 사업상 필요에 의해 컨소시엄을 구성한 후 조세피난처에 합작회사코라스와 코엘엔지를 설립한 것일 뿐, 주주사들이 직접 투자한 두 회사의 유보이익중 상당부분을 국내로 반입해 법인세를 감면받았음을 일관되게 강변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2006년에 개정된 세법에도 불구하고 코라스와 코엘엔지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하고, 주주사들에게 2차 배당분에 대한 일부 과세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의견을 좇아,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부(富)를 세금 없이 국내로 들여오는 것은 절세이며,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부를 세금 없이 해외로 유출하는 것은 탈세라는 모순된 여론형성에도 나서고 있다.
 
해외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부를 해당 국가에 세금으로 납부할 경우 국부유출이 우려된다는 부연설명이나, 정작 국내로 들어온 배당소득에 대해선 세금 한 푼 내지 않은 채 주주사에게 돌아갔다.
 
국제조세에 대한 정의와는 거리가 먼 주장으로, 실제로 코라스와 코엘엔지를 대상으로 미국 국세청과 영국 국세청이 조사한 결과, 이 둘 회사의 실질적인 관리장소는 대한민국으로 보아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코라스와 코엘엔지가 2006년 이전까지는 비록 우리나라가 체결한 조세조약에 따라 내국법인에 해당하더라도 국내세법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외국법인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즉, 한국가스공사와 기타 주주사가 조세피난처인 버뮤다에 설립한 합작회사 코라스와 코엘엔지는 외국법인인 것이다.

 

한국가스공사와 대기업 주주사들이 한국에서의 법인세 납부를 회피하기 위해 합작회사 코라스와 코엘엔지를 세계적인 조세피난처에 서류상회사를 설립한 것은 비난받을 수 있지만, 세법의 미비에 따른 합법적인 절세인 셈이다.

 

그러나 개정된 법인세법 제1조에 따르면, 코라스와 코엘엔지는 내국법인에 해당돼 더 이상 외국법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고, 내국법인으로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합작회사 코라스와 코엘엔지가 내국법인이냐? 외국법인이냐?가 쟁점이 된 것이다.

 

코라스·코엘엔지, 외국법인? 내국법인?
미·영은 외국법인 인정, 한국도 외국법인!?

 

국세청은 개정된 법인세법에 따라 코라스와 코엘엔지는 내국법인으로, 한국가스공사와 기타 주주사들은 내국법인으로부터 재배당을 받은 것으로 보아 세금을 추징했으며, 세금을 추징당한 기업들은 2016년 6월 조세심판원에 해당 과세가 부당하다며 심판청구를 접수했다.

 

한국가스공사와 기타 주주사들은 심판청구 과정에서 코라스와 코엘엔지가 조세회피목적으로 설립되지 않았으며, 경영 또한 모두 미국과 영국에 상시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들에 의해 운영됐고, 단지 이사회가 국내에서 개최됐다는 사실만으로 실질적 관리장소를 국내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국세청의 과세처분은 취소해 줄 것을 요구했다.

 

국세청은 과세정당성을 재강조하고 나섰다.

 

법인의 실질적 관리장소에 대한 판단 기준에서 대법원 판례는 조세회피목적을 요건으로 요구하지 않고 있음을 제시했으며, 실질적 관리장소에 대한 판단기준 또한 이사회의 지시에 따라 형식적인 역할을 수행한 직원들이 근무하는 곳이 아니라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장소’임을 반박했다.

 

실제로 현대상선 합작회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2두40272)에선 ‘법인세법 제1조1호가 내국법인의 판정기준에 관해 법인의 업무수행에 필요한 중요한 관리와 상업적 결정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소를 의미하는 사업의 실질적 관리장소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후략-’ 라며, 내국법인의 판정기준에서 조세회피목적이 요건이 아님을 판시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조세심판원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와중, 기획재정부가 돌연 이 사건과 관련된 질의 회신문을 공개하며, 한국가스공사측에 힘을 실었다.

 

기획재정부가 2016년 10월28일 공개한 질의회신 요지에 따르면, 코라스와 코엘엔지가 내국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해당 회신은 한국가스공사와 기타 주주사들이 국세청의 부과처분 후 조세심판청구 직전에 기재부에 질의한 것으로, 회신 요지는 “내국법인이 해외에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여 당해 해외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해외 합작법인의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 관련 배당금을 그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수령하는 경우 당해 해외특수목적법인은 실질적 관리장소에 따른 내국법인으로 볼 수 없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의 이번 질의회신은 절차적으로는 물론, 내용적으로도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조세학계와 세무대리업계의 지적이다.

 

세무대리업계에서는 세법 해석이라는 큰 틀의 자문이 필요한 경우 기재부 예규심사위원회의 심리를 거친 예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처럼 개정된 법인세법 제1조에 대한 해석을 필요로 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예규심사위원회를 통해 심층적인 논의를 거친 후 기재부 예규로 입장을 밝혀야 함에도, 어찌된 영문인지 예규심사위원회에 상정조차 하지 않고, 단순 질의회신으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졸속적인 판단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한 한국가스공사와 기타 주주사들이 기재부에 질의한 시기 또한 이미 국세청의 세금부과가 완료된 이후로, 세금부과가 완료된 이후 질의가 접수된 경우 가급적 회신을 하지 않는 그간의 관례와 기재부 훈령에도 벗어난다.

 

질의회신 내용면에 있어서도 실질적 관리장소 판단에 관한 법령해석과 무관한 사실관계를 기준으로 내국법인 간주여부를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기존 대법원 판결내용과 같이 외국법인 합작, 주무장관 신고여부, 해외 SPC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및 배당금 수령여부는 판단요소가 아니며, 이같은 행위는 주주로서의 당연한 행위로 실질적 관리장소 판단과 무관한 사항임에도 이를 충족할 경우 내국법인으로 간주하도록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세청 또한 코라스와 코엘엔지에 대한 조세감면이 필요하다면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해외 SPC의 실질적 관리장소를 왜곡해 외국법인으로 간주한 이번 질의회신은 조특법 제22조에 따른 감면대상을 자의적으로 확대하는 만큼,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조세심판원, 6월 합동심판관회의 통해 최종결정 예정

 

한편, 이번 심판청구사건을 배정받은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실은 지난해 12월 인용결정을 내렸으나, 조정검토 과정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장기간 심리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세심판원에 관계자에 따르면, 이르면 6월경 심판원장을 비롯한 상임심판관과 비상임심판관이 참석하는 조세심판관합동회의에 해당 사건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번 과세처분이 법인세법과 농특세법 규정의 엄격한 적용에 의해 이뤄진 만큼, 당초 처분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심판청구인측 가운데 최대 지분을 가진 한국가스공사측은 심판청구가 종결되지 않은 만큼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복지국가를 꿈꾸는 새정부에서 각종 세율인상을 검토중이나, 세율인상에 앞서 국제거래를 통해 절세와 탈세의 경계선에 있는 부분부터 명확히 세법상으로 규정하고 집행을 강화해 나아가야 한다.

 

조만간 개최될 조세심판원 합동심판관회의에서도 법인의 거주자 판정에 있어 조세조약과 일치시킨 개정세법 규정을 적용한 과세처분이 타당한지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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