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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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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급한데…개헌 '블랙홀'에 가계부채· 구조조정 묻히나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전격 제안으로 각종 현안이 산적한 우리 경제도 적지 않은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개헌의 찬반 및 향후 권력 구조를 둘러싸고 정국이 요동치면서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등 경제 이슈들이 주요 관심사에서 뒤로 밀릴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정치권의 개헌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왔다. 개헌이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현안을 빨아들여 경제·민생 과제의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박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경제 상황을 이유로 개헌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 때는 "나라가 한 치 앞이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헌을 말하는 건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청년들은 고용절벽에 처해 하루가 급한 상황에서 이러한 것을 풀면서 말을 해야지 염치가 있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지난 4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도 "지금 이 상태에서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라며 "경제가 살아났을때 국민들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의견을 수렴)해서 공감대를 모아서 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제안을 하면서 이전과는 180도 다른 근거들을 제시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인 올해까지 공무원연금 개혁, 임금피크제, 크라우드 펀딩, 계좌이동제, 자유학기제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게 박 대통령의 판단이다.

또 GDP 규모는 세계 14위에서 11위로 올라서고, 국가신용등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현 정부의 경제 성과로 꼽았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4대 구조개혁으로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그 마지막 문턱을 넘기 위해 매진해 왔다"며 "이런 성과들을 거둘 수 있었지만 임기가 3년 8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일부 정책의 변화 또는 몇 개의 개혁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개헌 제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경제 상황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고 노동개혁 4법 등 핵심 정책 현안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구조개혁의 핵심 과제들은 이해관계자 등의 반대에 가로 막혀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제출한 노동개혁 4법은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는 반대 속에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중점 법안들도 국회 처리가 불투명하다.

경기 상황도 좋지 않다.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연속으로 10조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5번의 금리 인하를 한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수치다. 미국의 금리인상, 브렉시트, 북핵 문제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도 산적해 있다.

3개년 계획의 성과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3개년 계획의 59개 세부 성과 지표 중 상당수는 지난 2013년보다 나빠졌거나 2017년 목표치에 크게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13년 34.3%에서 2015년 37.9%로 높아져 2017년 목표(35.6%)를 이미 넘어섰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60.3%에서 169.9%로 높아져 160대 초반을 유지한다는 목표에서 멀어졌다.

청년 일자리 창출 목표는 2017년까지 누적 50만개였지만 2015년 6만8000개를 만들어내는데 그쳤다. 청년 고용률은 41.5%(목표 47.7%), 여성 고용률은 55.7%(목표 61.9%)에 그쳐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경우 부실 기업·업종 구조조정, 4대 개혁, 가계부채·부동산 문제 등 시급한 현안이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헌이라는 것이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보니 국회에서 경제 현안은 소외될 수 있다"며 "국민들은 경제가 대단히 어렵다고 느끼는데 대통령이 딴곳에 계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개헌은 대선 후보들이 대선 과정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내놓고 그것을 국민이 선택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게 바람직하다"며 "개헌을 1년 내에 끝내려고 했다가 졸속으로 개정이 될까봐 상당히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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