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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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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첫 여성대통령 박근혜 탓에 한국여성 지위 더 악화"

한국의 첫 여성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전대미문의 수치스런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한국의 양성평등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박 대통령이 첫 여성대통령이 아닌 여왕으로써 국민들 위에 군림만 하면서 한국여성들이 덤터기를 쓰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박 대통령을 둘러싼 스캔들로 인해 한국 국민들 사이에 여성을 지도자로 뽑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번질 우려가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 여성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지 않아도 전 세계 양성평등 순위에서 하위권에 처져 있는 한국이 이번 박근혜 스캔들로 인해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NYT는 기사의 서두에서 가수 이승철의 트위터 내용을 전했다. 이승철은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웃픔글(웃기면서도 슬픈 글) 하나 올립니다’라는 말과 함께 한 글귀를 캡처해 올렸다. 그가 올린 캡처는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가 되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고, 트럼프가 되면 미국 최초의 미친 대통령이 되는데 한국은 이걸 2012년에 한방에 해냈다”는 내용이었다.

NYT는 이어 서울 시내에서 ‘박근혜 퇴진’이라는 손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는 김연정(22)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터무니없는 남성 정치인들을 숱하게 보아왔다. 그런데도 남성들은 지금 뒤에서 실실 비웃고 있다. 거봐! 여자 대통령을 뽑아 놓으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야, 라고 말하는 거 같은 기분이 든다”라고 말했다.

NYT는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것도 고려해 달라”고 말한 사실과 함께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계의 반응을 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6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으로서의 법을 위반한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고려할 지점이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여성은 약하고 특별하게 보호받아야 하거나 배려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 할 수 있는 성차별적이고 성별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발언이다. 대통령 변호인을 거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운운하지 말고 즉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비난했었다.

전국여성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많은 여성들에 대한 모욕이자 혐오로 힘들어하는 여성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반 여성, 반 인권적 인물인 유영하 변호사가 ‘여성 사생활’이 있다며 검찰 조사에 선긋기를 하고 나선 것은 ‘시간 끌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주장했었다.

NYT는 이처럼 한국 여성들이 남성과 한 목소리로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데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지난 12일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외친 100만 명의 시위대 속에는 중고 여학생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NYT는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성심여고에 다닌다는 한 여학생이 군중들 앞에 나서서 “(박근혜) 당신은 우리를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우리는 당신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걸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라고 분노를 표출했다고 전했다.

NYT는 박 대통령이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지만 한국사회에서 여권을 상징하는 인물로 여겨진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여권 신장을 위한 의정활동을 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NYT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한 간부의 말을 인용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의 양성평등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 치하에서 성범죄가 증가하고 남녀 간 빈부격차도 더 늘었다는 것이다. 또 한국인들은 박 대통령을 여성 대통령이라기보다 그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딸로 여기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전했다.

NYT는 박 대통령의 스캔들에서 여성이라는 문제가 중심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나이든 사람들 사이에서 성차별적인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최근 한 집회 현장에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발언을 했던 한 남성이 환호와 야유를 한꺼번에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NYT는 새누리 당의 전신 한나라당 시절 당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전여옥 전 의원의 ‘우비 모자 사건’을 인용하면서 박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우비모자 사건이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한 야외행사에 참석했을 때 갑자기 비가 내렸지만, 누군가 우비 모자를 씌워주기 전까지 가만히 있었다는 이야기다. 전여옥 전 의원은 당시를 떠올리며 “자기 우비 모자는 자기가 쓰면 되는 것 아닌가. 당황했다”고 회고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촌평하자면, 클럽에 갈 때에도 왕관을 쓰고 갈 것 같다”고 말했었다.

NYT는 박 대통령이 한때 자신을 퀸 엘리자베스 1세 영국여왕을 롤 모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2년 대선에 출마했던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당시 대선후보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는 여성대통령이 아니라 여왕이 되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비상시국회의'에서 나왔던 김성태 의원의 발언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군주시대를 살았다. 박근혜 여왕 밑에서 충실한 새누리당의 신하들만 있었을 뿐이다. 크게 반성하고 잘못을 뉘우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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