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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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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법인세 인상보다 기업 감시 강화가 우선"

국회에서 법인세 인상에 관한 논의가 대두되는 가운데 정부의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세율 인상에 대한 신중론을 내놓았다.

법인세율 인상보다는 기업경영에 대한 감시·감독기능을 강화해 책임있는 경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2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보고서 '법인세율 변화가 기업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나라 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 법인세평균실효세율이 1%포인트 인하될 때 투자율은 0.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09년 기업소득 2억원 초과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 후 2012년에는 22% 최고세율에 대한 과세표준을 2억원 초과에서 200억원 초과로 높인 바 있다. 이로 인해 과세표준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은 22%에서 20%로 낮아졌다.

그러나 이 같은 법인세율의 인하에도 기업투자가 부진한 만큼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법인세율 인상이 재정건전성 개선, 세수 간 불균형 완화 뿐 아니라 소득분배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고용 및 투자는 단순히 법인세율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기업 전반의 재무상태,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특히 경영진이 회사자산에 대해 사익을 추구하는 상황에서는 투자에 대한 왜곡된 결정이 발생해 법인세율 인하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진의 사익추구가 조세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경영진이 추구하는 사익의 정도가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및 현금성자산의 0.09%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미국의 0.01%보다 9배나 높은 수치다. 경영진에 대한 내외부 감독 장치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거나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의 투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경영진의 사적이익 추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인하 효과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28% 작게 나타난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기업에 대한 법인세평균실효세율이 영구적으로 1%포인트 인하될 때 기업의 투자율은 단기적으로 0.29%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영진의 사익 추구가 가능한 환경에서는 투자율이 0.2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가용자금의 일부를 사익을 위해 현금성자산으로 축적함에 따라 투자 확대의 폭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 이 같은 기업환경에서는 법인세율이 인상될 경우 기업투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게 연구의 결과다.

남창우 KDI 연구위원은 "법인세율이 인상되면 경영진이 현금성자산을 줄이는 대신 오히려 투자를 더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경영진은 회사자산에 대한 사익편취를 더욱 추구해 고용 및 투자 부진이 악화되고 소득분배효과도 미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 연구위원은 "정부는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이사회 구성과 운영의 독립성을 강화해 경영진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제도의 독립성을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하도록 하고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학연·지연 등 관계에 대한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기업공시, 외부감사 및 기업평가 제도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만큼 외부의 기업감시에 대한 시장규율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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