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4.12. (금)

기타

朴대통령, 법무·민정 사표 반려 실패…정권 둑 무너지나

김현웅 사표는 수리, 최재경은 보류…일주일 장고 끝 어정쩡한 결론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사정라인의 두 축인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의 동반 사표를 끝내 돌려보내지 못하고 어정쩡한 결론을 내리면서 정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핵심 인사 두명을 모두 설득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자칫 추가로 장관이나 수석이 사직 행렬에 동참할 경우 향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박 대통령은 법무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민정수석의 사표는 보류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 대통령을 공범이자 피의자로 적시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가 나온 다음날인 지난 21일 "지금의 상황에서는 사직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최 수석도 김 장관의 사의 표명 소식을 들은 뒤에 "검찰 수사 결과와 관련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수석의 사표는 반려된 것이 아니라 보류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최 수석의 사표 수리 여부를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사의 표명을 한 지 약 일주일 간의 장고 끝에 결론이 내려졌지만 김 장관의 사표만 수리하는 것으로 결정되고 최 수석에 대해서는 반려도 수리도 못하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당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두 사람의 사표 수리 소식이 알려진 뒤 박 대통령이 조만간 사표를 반려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사정라인의 두 축인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의 사표 제출은 그것 자체로 사상 초유의 일인데다 국정농단 사태로 벼랑 끝에 선 박 대통령으로서는 검찰 조직을 견제할 수 있는 마지막 동아줄마저 놓쳐버리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난파선에서 뛰어내리는 선원들처럼 다른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들의 줄사태가 이어질 경우 이는 정권의 붕괴를 의미하는 게 된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과 다른 청와대 참모들은 사표 반려를 위해 두 사람을 계속해서 설득했지만 마음을 돌려놓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의 경우 '물러나겠다'는 의지가 강해 박 대통령의 설득이 먹혀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보고를 법무부는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사의를 철회할 명분이 약했다거나 수많은 직원을 거느린 부처 수장으로서 사표를 냈다가 그대로 일하는 것은 '영(令)'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때 사의를 철회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던 최 수석도 김 장관처럼 끝내 사표 수리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김 장관의 사의 표명 소식을 듣고 자신도 물러나겠다고 한 최 수석은 김 장관의 사표가 반려되지 않는다면 본인도 계속해서 일을 할 명분이 없다고 생각해 사의를 거두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최 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로서 임명권자가 결론을 내줄 때까지 자신의 소임을 다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해 사의를 표명한 뒤에도 계속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면서 정치권의 탄핵 일정을 챙기거나 특검에 대비한 변호인단 구성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표 보류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는 애매한 상태로 당분간 일을 할 가능성도 있다.

최 수석의 거취와는 별개로 일단 김 장관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한 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이번주 특검 임명과 국정조사, 탄핵소추안 발의 등 정권의 명운을 가를 거대한 파도가 한꺼번에 몰려들고 있는 가운데 법무장관의 공백까지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장관 임명을 위해서는 국회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에 최소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로 후임자 인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당분간 법무장관을 공석 상태로 놓아둬야 할 판이다.

어쨌든 김 장관의 사표 수리를 계기로 '박근혜정부의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떼려는 고위직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직사회의 동요도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교육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가능성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자신의 사퇴 문제를 염두에 둔 처사가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한 터다. 박 대통령의 뜻에 반한 의사를 내비침으로써 자연스럽게 사퇴 명분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교육부는 박 대통령의 중점 추진 사업인 국정 역사교과서를 두고 "현장 검토본 공개로 여론을 수렴해 교육현장 적용 시기를 결정하겠다"며 철회 가능성을 시사, "국정화는 예정대로 간다"는 청와대의 각을 세웠다.

이날 현장 검토본을 공개한 이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현재까지는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정교과서의 내년 3월 현장 적용 방침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이 교과서가 현장에서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다. 역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즉답을 피해 여지를 남겼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