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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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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개헌을 고리로 한 중도·보수 빅텐트로 승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현지시간) 사실상 내년 대선에 도전할 뜻을 밝히면서 귀국 직후 곧바로 대선 행보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돼 주목된다.

반 총장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한몸 불살라 노력할 용의가 있다"면서 "국가의 발전과 국민 복리증진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몸을 사리지 않을 것"이라고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천명했다. 그간 출마 가능성을 닫지 않는 선에서 우회적으로 발언해온 것과 비교해보면 발언 수위가 훨씬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은 "정당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국민이 없고 나라가 없는데 무슨 파가 중요한가"라며 "노론-소론, 동교동-상도동, 비박-친박, 계파 등이 무슨 소용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반 총장의 대선 행보에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간 반 총장은 새누리당을 위시한 보수세력 후보로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또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정치인들과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그는 최근 "(한국) 국민은 올바른 지배구조가 완전히 결핍된 것에 몹시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다"면서 "국민은 국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며 박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때문에 반 총장이 친박과 선을 긋고 제3지대로 나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히 제기된다. 새누리당이나 충청+TK(대구 경북) 등 특정 정파나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이념과 여야를 넘나드는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반 총장이 당장 비박계 신당과 손잡을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 내년 대선이 진보와 보수의 맞대결로 펼쳐지면서 반 총장이 보수진영의 후보로 나설 경우 단순히 비박세력만 갖고 당선되기란 쉽지 않다.

비박과도 가깝게 지내면서 손학규, 정의화, 이재오, 정운찬 등 중도와 보수를 모두 아우르는 세력의 구심점이 돼야 진보진영 후보와의 한판 승부가 가능하다. 여기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마저 합류하는 것을 반 총장은 바랄 수 있다. 이른바 중도와 보수를 합하는 '빅텐트론'이다.

실제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은 적지 않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1일 "최근 제가 반 총장 측 인물로부터 새누리당,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당에 대해 굉장한 흥미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며 "그래서 우리 당에서 반 총장이 안철수, 천정배, 손학규, 정운찬 등 이런 분들과 강한 경선을 통해 국민들에게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반 총장 입장에서는 자신을 향해 공세의 칼을 겨누는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세력과 정서적 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그가 귀국 후 무소속 상태에서 각 정파와 등거리 전략을 유지하면서 전국적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 갖고는 부족하다. 각 정파를 연결해 줄 핵심 의제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다. 개헌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이 공히 공감하고 있고, 손학규 전 대표 등 원외 세력들도 찬성하고 있다. 또 민주당에서도 김종인 전 대표 등이 주장하고 있다.

유독 문재인 전 대표만 개헌에 대해 입장을 달리 하고 있다. 때문에 반 총장이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빅텐트를 쳐 놓고 개헌 세력들을 끌어모으면 '개헌대 반개헌세력', '진보대 중도보수세력'의 프레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 총장에 대한 국민 여론은 아직 기대반 우려반 수준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귀국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선 지지율 2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고, 반대 개념은 현실 정치를 해보지 않은 반 총장이 검증의 칼날을 이겨낼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그런 가운데 반 총장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미 시작됐다. 민주당은 실패한 유엔 총장으로 규정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의리를 배신했다는 점을 앞세워 공세를 펴고 있다. 반 총장이 이에 대해 어떤 방어논리를 내세워 중도 보수세력을 규합해낼지 주목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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