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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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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수사 등에 뒤숭숭한 재계…"연말이 우울해"

재계가 어느 해보다 뒤숭숭한 연말을 맞고 있다. 박영수 특검팀이 지난 21일 현판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 가운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주요 기업들이 다시 조사를 받을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특검의 칼날이 재계를 향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나온 상태라지만 수사 방향이나 폭에 따라 각 기업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에 극도의 긴장감 속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

28일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조사를 받을 기업들은 이미 나름대로 준비를 마쳤겠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예측하지 못한 일이 터질지 몰라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8년 만에 또다시 특검의 칼날 앞에 선 삼성그룹의 연말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하다. 특검팀 수사가 향후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예측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룹 안팎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삼성은 내년 경영계획, 연말 인사도 이미 연기한 상태다. 다만 올해 사상초유의 사태를 맞은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진 상황을 수습하고 내년 선보일 갤럭시S8의 성공을 위해선 인사를 계속 늦추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내부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은 연말 그룹행사가 줄줄이 연기되는 등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매년 12월 초에 열리던 그룹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또한 12월 하순 용인 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하는 사장단 워크숍도 열지 못한 상태다. 매년 새롭게 사장단이 구성되면 상견례를 겸해 내년 경영전략을 구상하는 자리지만 인사가 늦춰지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총수의 출국금지로 당분간 글로벌 경영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부회장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참석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는 맞다. 인사와 조직개편 등을 논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 조직개편 및 정기인사를 마무리한 LG그룹은 예년과 같이 차분한 분위기다. 타사들에 비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논란과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박영수특검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보니 그야말로 살얼음 분위기다. 부장 이하 직원들 승진 인사만 실시한 채 임원 정기 승진 인사는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두고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오는 29일 회사 창립 기념일을 앞두고 있지만 과장급 이상 직원은 전원 출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예년 같은 축제 분위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최대한 내부에 큰 파동이 없도록 일상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른 기업들과 달리 통상적인 연말 인사도 예정대로 치렀으며 기타 휴가 및 출근 등도 변동 없이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한켠에서는 특검과 헌법재판소 재판 과정 등의 변동 사항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소비심리 위축과 미국발 금리 인상 등 내년에 닥칠 수 있는 대외적 경제변수 등에 대해서도 유의하며 평소와 같은 듯 다른 연말을 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태원 회장은 특검으로부터 출국금지를 당해 내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WEF에 정례적으로 참석해 인맥을 활용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진두지휘해왔다. 거의 매달 한 번 꼴로 방문해 직접 챙겨왔던 중국 사업도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LG그룹은 지난주부터 계열사 별로 종무식에 들어갔다. 계열사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임직원은 교대로 연말 휴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G 계열사들이 자리 잡고 있는 LG트윈타워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한화그룹은 최순실 게이트로 회사 이름이 오르내리고 이 문제로 김승연 회장이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는 등의 여파로 다소 침체된 편이다.

다만 한화그룹은 지난 10월 사장단 인사, 최근 임원 인사를 마친 만큼 이같은 문제가 내년도 사업 계획에까지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로 회사 분위기가 다소 침체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장단 인사를 일찍이 마무리했던 만큼 내년도 사업 계획 등도 미리 수립했기 때문에 회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진그룹의 연말 분위기도 착잡한 편이다. 한진그룹은 올해 조양호 회장의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 대한항공 기내난동 대응 미숙 논란 등으로 바람 잘 날 없었다.

조 회장의 경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특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문제로 이달 초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는 등 계속해서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조 회장과 한진그룹 임직원은 이런 뒤숭숭한 상황에도 평소와 같이 차분하게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한진그룹은 매년 1월 임원인사를 실시하는데 이번에도 예년과 같이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두산그룹도 최순실 게이트 문제로 분위기가 무겁다. 두 회사 총수가 국정조사 청문회에 직접 출석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각종 의혹들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우 미르재단 출연 등 정·관계 게이트 의혹이 최근 지속 제기되고 있다. 박 회장의 로비로 인해 금호산업 인수는 물론 형제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소송 취하 배경 뒤에도 외부 압력이 있었다는 풍문이다.

두산그룹 역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을 제치고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가져간 것과 관련해 특검의 조사가 있을 수 있어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라는 변수를 만난 재계가 잔뜩 움츠러들었다. 연말 인사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으로 바쁠 시기에 검찰 수사가 겹치면서 주요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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