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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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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행, '박근혜표 정책' 밀고 간다

대권도전 여지도 남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23일 신년 기자회견은 경제 정책에서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위안부 소녀상 등 주요 외교 현안까지 '박근혜표 국정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황 대행은 대권 도전의 여지도 완전히 닫아 놓지 않아 친박계와 보수층의 대선 후보로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란 분석이 나온다.

황 대행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1시간 동안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새해 국정운영 방향과 그 내용을 밝혔다. 직무정지 중인 박 대통령을 대신해 권한대행 자격으로 새해 국정과 관련한 대(對)국민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황 대행은 질의응답에 앞서 약 20분간 읽어내려간 모두발언에서 ▲확고한 안보 ▲경제회복과 미래성장동력 확보 ▲민생안정 ▲국민안전을 새해 주요 국정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는 탄핵소추 전 박 대통령이 추진해 온 국정방향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들이었다.

안보 분야에서는 한미공조와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전방위 대북제재를 강조했고, 경제 분야에서는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 창업 촉진, 규제개혁, 과학기술과 ICT 육성(창조경제) 등 박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답습해 제시했다. 민생안정과 국민안전 분야에서도 복지 사각지대 해소, 4대 사회악 척결 등 기존 기조를 유지했다.

황 대행은 또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국론분열과 사회갈등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면서도 박 대통령의 국정비전이었던 국민대통합의 가치를 내세웠다. 

그는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적인 대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우리가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한층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입장차에 따른 극단적 대립이나 이분법적 사고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황 대행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팔목비틀기(자금 출연)' 논란을 의식한 듯 "정부도 여러분께 부담을 드린 일도 있고 더 많은 지원과 격려를 해드리지 못한 점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기업인들에게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사드와 위안부 소녀상 갈등 같은 민감한 외교 현안 역시 박 대통령의 기존에 유지해 오던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남이 없었다. 황 대행은 "사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적 방어수단"이라며 "물론 절차에 시간이 필요하지만 가급적 할 수 있는대로 조속히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못박았다. 

일본 정부가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위안부 소녀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기본 틀은 민간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녀상은 민간 차원의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한·일 관계와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지혜를 정부 차원에서 같이 모아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루트와 채널로 협의해나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황 대행은 이처럼 국정 현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취했던 것과 반대로 자신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답했다.

 

 

 

황 대행은 대선 출마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그런 여러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어려운 국정을 조기에 정상화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전력하는 것이 마땅한 책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선 후보로서의 지지율 상승과 관련해서도 "제가 여러번 말씀드렸지만 지지율에 관한 부분은 저와는 직접 관계가 없다"며 "저는 권한대행으로서 국내외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정안정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금은 오직 그 생각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직무가 정지된 박 대통령을 대신해 권한대행으로서 국정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본분에 충실하겠다는 의미이지만 대선 출마 가능성을 명확히 부인하지도 않은 것이다. '지금은'이라는 단서를 달아둔 것도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나 여권의 판세 변화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황 대행은 지난해 12월27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 당시에도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건 제가 말씀드렸다"며 과거 대권 도전에 선을 그었던 발언을 상기시켰지만 확실한 부정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권한대행직이) 끝나고 나면 미래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해 여러 해석을 낳았는데 한달 가까이 이같은 입장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황 대행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박 대통령의 정책들을 그대로 밀어붙여 보수층의 표를 결집시키고 친박계의 대표 후보로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행을 둘러싼 정치환경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황 대행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새누리당과 점점 멀어지고 있어 친박계의 대선 후보로 이름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또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30% 중반대의 직무수행 지지도를 기록 중이다. 이는 새누리당이 지난해 4월 20대 총선에서 참패하기 전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과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여권 후보 중 1위인 반 전 총장과 다소 지지율 격차가 있기는 하지만 그 뒤를 잇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황 대행 스스로도 경제·민생 분야 현장 행보를 거의 매일 이어가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외교·안보로 영역을 넓히고 있어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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