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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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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전격 '장외 여론전' 지지층 결집 노림수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인터넷 방송 인터뷰를 통한 추가 해명이라는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들었다.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자로 지목돼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늦어도 2월 초' 대면조사를 예고하면서 목을 죄어오자 장외 여론전을 통한 지지세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약 1시간 10분 동안 보수성향 언론인인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의 인터넷 방송 '정규재TV'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박 대통령이 국내 언론과 단독으로 인터뷰를 가진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인데다 인터넷 방송과의 인터뷰는 유례가 없던 일이다. 지난 1일 기자간담회 이후 추가 해명 방안을 고민했던 박 대통령 측은 직무정지 상태에서의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던 중 인터넷 방송을 통한 입장 발표를 최종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박 대통령 측은 지난 1일 신년인사회 형식의 기자간담회에 이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에 대한 추가 메시지를 내놓는 방안을 검토해 오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 설 연휴 이후로 미루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보수층의 여론이 박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으며 명절 민심을 잡아야 한다는 판단 하에 설 연휴를 이틀 앞둔 이날을 '디데이'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최근 보수단체의 탄핵반대 시위가 세(勢)를 불려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주최한 전시회에서 박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화가 논란이 되면서 지지층 결집의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3일 오후 박 대통령이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양친의 묘소에 성묘를 한 것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성묘 사진을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하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여론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이날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탄핵심판 결론 데드라인을 3월13일로 제시하면서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 방'이 필요했던 터였다. 여론에 민감한 헌재의 특성과 이정미 헌법재판관 등의 3월 임기만료 등의 변수를 고려할 때 탄핵심판 결론이 빨리 나올수록 불리하다는 게 박 대통령 측의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또 특검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구속 사태를 불러온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배후로 박 대통령을 지목하고 2월 초 대면조사 요구로 숨통을 쥐어오는 형국이어서 여론전을 통한 보수층 결집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지지층 결집을 촉구하는 시그널로 해석될 만한 언급들을 여러 차례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우선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국회 탄핵소추까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진행과정을 추적해보면 무엇인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배후설을 제기했다.

또 JTBC가 처음 보도했던 태블릿PC와 관련해서는 "저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내가 도움을 구한 것은 연설문의 표현같은 것이 홍보적 관점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에 대해 일정 기간 (도움) 받은 게 다였는데 어떻게 많은 자료와 함께 어마어마한 얘기가 됐을까"라며 '태블릿PC 조작설'에 힘을 싣는 듯한 언급을 했다.

 

 

 

자신의 풍자 누드화 전시 논란과 세월호 7시간 행적 논란에 대해서는 "여성 대통령이 아니면, 여성이 아니면 그런 비하를 받을 이유가 없다"면서 '여성 혐오론'으로 반격을 가했다.

아울러 청와대에서 굿판을 벌였다거나 세월호 당일 약물에 취해 있었다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 "그런 허황된 얘기들을 들으면서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탄핵시키기 위해서 그토록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만들어내야만 했다면 탄핵근거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루머로 인해 억울하게 탄핵 위기에 몰렸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최씨의 전남편 정윤회씨와의 밀회설이나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박 대통령의 딸이라는 소문들에 대해서도 "민망스럽기 그지 없고 나라의 품격이 떨어지는 이야기", "많은 오해와 허구와 거짓말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끔찍한 거짓말도 어지간히 해야지" 등 강도 높은 표현으로 일축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와 자신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비교하면서 "근거가 약했다는 점에서 서로 유사한 점이 있다고 느낀다"면서 은연중에 보수층 결집을 촉구하기도 했다.

촛불집회에 나갈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그런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한 반면 탄핵반대 집회 참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여지를 남긴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박 대통령은 "제가 손발이 묶이지 않았더라면 여러가지 힘 썼을 일들이 있다"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북핵 대응 등 보수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안보 문제를 꺼내들기도 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기억할 만한 업적으로 통진당 해산을 들면서 "국가 정체성 수호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날 인터뷰가 실제 보수층 결집과 여론 반전의 계기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들을 뒤집을 만한 카드는 내놓지 못한 채 전면 부인과 최씨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박 대통령은 최씨의 이권개입과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난 1일 기자간담회 때보다 진전된 내용이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태에 대한 배후설을 제기하면서도 누가 배후냐는 질문에는 "지금 말씀드리기 그렇다"면서 구체적인 대답을 피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헌재의 출석 요구와 검찰 수사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장외 여론전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심판에 대해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답했지만 헌재 출석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된 바 없다"고만 말했다. 특검 대면조사와 관련해서도 "조사에 임하려고 하고 있다"면서도 "일정이라든가 그런(장소) 부분에 대해서는 조율을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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