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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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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늦어지는 조각(組閣)…文대통령 국정운영 시험대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실행에 옮길 주요부처 수장들의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 청와대 핵심자리인 국가안보실장과 정책실장은 물론이고 내각 구성에 있어서도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 모습이다.

정권 초기 국정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조각(組閣)이 그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외교·안보 콘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할 안보실장 인선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박근혜정부가 군 출신 인사를 안보실장으로 기용하면서 확인된 문제들이 많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현재 안보실장을 다시 군 출신으로 임명하느냐, 아니면 당초 구상대로 외교관 출신으로 임명하느냐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전통적 군사안보 분야에다가 최근 북핵 문제의 해법과 사드 문제를 둘러싼 각종 외교 문제가 새로운 안보의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국방·군사·안보의 시대에서 이제 외교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안보의 시대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안보실장이 양쪽을 다 관할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안보실장은 곧이어 수반될 내각 구성과 복잡한 함수관계에 있다. 안보실장이 정해져야 외교부·통일부·국방부 장관의 퍼즐을 맞출 수 있다. 군 출신 인사로는 송영무·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과 백군기 전 의원 등이 있다. 이들은 각각 안보실장 후보군으로도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우선 급한대로 국정운영의 공백을 막고자 각 정부부처 차관급 인사부터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차관 인선을 다음 주 쯤에 두 차례로 나눠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장관 인사에 앞서 차관 인사를 먼저 단행하기로 하면서 일정부분 스텝이 꼬인 부분이 있다. 통상적으로 차관은 대통령이 새 장관과 합의하며 임명하는 것이 관례다.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 실현을 내세워 왔던 문 대통령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

차관급 인사를 먼저 단행하게 된 배경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도 관련 있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공식으로 장관임명 제청권을 행사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자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자의 청문회는 오는 24~25일 이틀간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 입장은 다음 주 초 우선적으로 차관을 먼저 임명한 뒤 장관 인선은 그 다음 주에 단행할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가 인선과 관련해 이토록 스텝이 꼬이게 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그로 인해 인수위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인수위 과정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검증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이 조각 구성에 있어 결정적 장애요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각 자리에 맞는 절차와 검증과정이 필요한데 정식으로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는 검증시스템을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증 과정에서 일부 장관 후보자들이 "청문회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외교·안보 라인 그림을 처음부터 다시 그리면서 더더욱 인사가 늦어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이 지명한 장관이 도중에 낙마하면 국정 동력을 크게 상실할 위험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안보실장과 국방장관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장성 출신 특정 인사는 청문회에 가면 낙마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며 "본인도 그것을 잘 알기에 청문회는 피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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