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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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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회의 상설화' 고차 방정식···판사 반발 잠재울까

'법관회의 상설화 요구'를 수용한 대신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추가 조사를 거부한 양승태 대법원장 입장 표명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잠재울지 관심이 쏠린다.

 양 대법원장은 28일 오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 법관회의 상설화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 

 그는 ▲1심 재판의 전면 단독화 ▲법관인사 이원화와 고등법원 부장판사 보임 ▲법관 근무평정 및 연임제도 ▲법관 전보인사와 사무분담 ▲사법행정권의 적절한 분산과 견제 등 사법개혁을 위한 일련의 과제들을 열거한 뒤 이를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법관회의의 핵심 결의 사항인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및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 요구는 거절했다.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 조사가 종결된 만큼 추가 조사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거라는 판단이 거부 이유다. 

 법원 안팎에서는 양 대법원장 입장이 '일부 수용', '일부 거부'라는 이른바 '밀당' 전략과도 같아 법관대표회의가 어떤 자세로 대응에 나설지 고민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양 대법원장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태를 진정 국면으로 전환해야 하는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해명을 끝까지 요구해야 할지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법관대표회의 측 핵심 요구 사항인 추가 조사 요구를 거절함으로써 법관회의 측과 대법원장 등의 갈등이 이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 대법원장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법관대표회의 측 관계자는 "대법원장 입장에 대해 대표회의는 대표들과 전체 판사들의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양 대법원장이 법관대표회의 상설화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혀 그간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비대한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관대표회의 상설화를 통해 일선 법관들 중심으로 사법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법관대표회의 측 바람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방의 한 판사는 "법관회의가 상설화 돼서 일선 판사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면 사법행정과 관련해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양 대법원장이 법관회의 상설화를 위한 세부 내용과 절차에 대한 논의를 법관대표회의 측과 이어가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한 견해차 때문이다.

 수도권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상설화를 지금 추진한다는 게 아니라 추진을 위한 논의를 한다는 내용으로 읽힌다. 결국 법관회의에 과제를 다시 던져준 것"이라며 "지금까지 나온 입장만 놓고 아직은 우리가 바라던 상설화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대법원장께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널리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법관회의 모습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부분이 핵심"이라며 "일종의 과제를 준 것으로 상설화에 맞는 합리적인 법관회의 모습을 논의하면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취지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상설화, 제도화라는 것은 인적 구성과 예산을 비롯해 설치 근거도 있어야 하는 문제로 내부 공감 뿐만 아니라 국회 동의도 얻어야 한다"며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기는 상당히 어렵고 복잡한 문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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