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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대법원 판례로 엿보는 '부패선진국'

차삼준 세무사(전 서초세무서 법인세과장)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세계경제포럼(WEF)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OECD 국가 중 한국을 멕시코, 터키, 헝가리, 폴란드 등과 함께 가장 부패한 18개국의 하나로 지목하였다. 부패국가로 선정된 대다수 국가들의 1인당 국내총생산이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문 것은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부패선진국으로 낙인찍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사회에 뿌리 깊게 퍼져있는 부정부패의 근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하다. 이하에서는 그 중 대표적인 사례로서 몇 해 전 사법부의 최고기관인 대법원이 스스로의 논리를 부정하고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져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판결을 내린 사건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대법원 2009두13474 2011.1.20. 전원합의체 판결 중 ‘부가가치세를 포탈하는 방법에 의해서만 이익이 창출되고 이를 포탈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만 보는 비정상적인 거래(세금계산서만 발행하고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거래. 이하 ‘부정거래’라고 한다)를 시도하여 그가 징수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는 경우, 그 후에 이어지는 거래단계에 수출업자와 같이 영세율 적용으로 매출세액의 부담 없이 매입세액을 공제⋅환급받을 수 있는 사업자가 있다면 국가는 부득이 다른 조세수입을 재원으로 삼아 그 환급 등을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것인바, 이러한 결과는 소극적인 조세수입의 공백을 넘어 적극적인 국고의 유출에 해당되는 것이어서 부가가치세 제도 자체의 훼손을 넘어 그 부담이 일반 국민에게 전가됨으로써 전반적인 조세체계에까지 심각한 폐해가 미치게 된다 할 것이다.’라고 환급의 기본원리를 설명하고 나서 ‘부정거래(폭탄업체)의 존재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거래를 한 수출업자라면 원칙적으로 부가가치세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매입세액을 공제⋅환급받을 수 있음을 부인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라며 서론과 괴리[乖離]된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이는 공급받은 자가 부정거래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면 엄연히 국고유출임을 알면서도 허용한다는 것이다.

 

 

법원이 판단하는 기본원칙은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인과법칙에 의하여 그 결과가 있는 ‘필연의 법칙’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납부’되지 않은 세금을 ‘환급’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납부’되지 않는 세금을 ‘환급’하는 것이 합법임을 전제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 그 합법성을 배제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필연의 법칙을 위반하는 모순된 판결이다.

 

 

본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로서, 현재까지 발생하고 있는 수백조원 규모의 국고유출이 계속 합법적으로 이루어 질수 있다는 판례로 굳어진 것이다. 대법원이 ‘필연의 법칙’을 위반하여 내린 판결은 대법원의 자가검증 기능을 유명무실[有名無實]하게 만들고 있다.

 

대법관은 서론과 결론의 모순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이를 놓치고 판결하였다면 이는 판사로서의 자질을 의심 받아야 할 것이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전관들의 영향을 받아 방관하였다면 이는 사실상 국기문란으로 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 집단과 다를 바 없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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