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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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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점]한은, 또 금리 묶어뒀지만 내년이 문제

韓美 금리 역전 가능성도

한국은행이 예상대로 1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대외적으로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과 미 대선 영향, 대내적으로는 대통령 탄핵과 가계부채 리스크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질대로 커진 상황에서 '관망' 외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던 지난 2004년에도 한은은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했다.

당시에도 기업투자 위축, 내수침체 등으로 경기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어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았다. 하지만 한은은 탄핵안이 가결된 그해 3월부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5월 이후에도 2개월 동안 더 기준금리를 묶어뒀다.

정국 혼란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2003년 7월 3.75%로 0.25%포인트 내린 이래 2004년 7월까지 1년간 동결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갤럭시노트7 사태, 자동차 파업 등으로 수출이 부진하고, 내수도 잔뜩 위축됐다. 우리 경제 성장률을 지지하는 건설, 부동산 시장도 냉각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최순실 사태, 대통령 탄핵 등 정치리스크에 대외적으로는 미 트럼프 정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겹쳤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비, 전기비 모두 속보치 대비 0.1%포인트씩 하향 조정됐고, 올 4분기에는 제로 수준의 낮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내년엔 2% 초중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2%대 성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지도 모른다.

정부도 내심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눈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9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재정 및 통화정책 여력을 바탕으로 경기 하방요인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한은은 압박하는 요인으로 해석도 가능하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를 내려야 마땅한데, 그렇다고 무작정 기준금리를 움직이기도 어렵다.

가뜩이나 미 대선 이후 채권금리 급등으로 국내 시장금리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15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며 향후 시장 금리 상승이 더 가파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예정된 금리인상이었음에도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발표 이후 미 국채금리는 빠르게 상승폭을 확대했다. 대부분의 기간물에서 전일 대비 0.1%포인트 이상 올랐고, 미국채 10년물은 2.57%에 거래를 마쳤다. 미 차기 정부의 재정정책이 기대 인플레를 자극하고 있고, 이로 인해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 강도가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문제도 한은의 통화정책 운신폭을 좁히는 요인이다. 이날 연준의 결정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0.50~0.75%로 올라갔다.

더욱이 연준은 내년 3차례, 2018년 3차례의 인상을 시사하며 통화정책 긴축 강도가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내년 3차례 인상만 이뤄져도 현재 우리 기준금리 수준인 1.25%를 넘어서게 된다. 미 연준이 보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내외금리차 역전폭이 확대되며 외국인 자금 이탈우려도 높아질 수 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경계 강화는 달러화 강세를 자극했고, 이머징 통화의 상대적 약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머징 채권시장에서의 자금 이탈 관련 우려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며 "동시에 자국 통화 방어 및 대내외 금리차 확대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일부 이머징 국가의 정책금리 인상 움직임이 추가로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은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의견이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기준금리를 섣불리 움직이기 보다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힐 때까지 '현상유지'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과 더 가라앉기 전에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를 되살려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은 새정부가 구성돼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금리를 움직이기 보다는 현상유지에 힘써야 한다"며 "시장금리 상승은 채권을 사들이는 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 시장금리 자체를 안정시키려는 의지를 명확히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인 자본 유출 현상은 내버려두는 수밖엔 없다"며 "원화절하가 되면 그나마 수출이 살아날 것이고, 이는 현재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여전히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경기상황, 여건, 물가흐름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필요하다"며 "당장 기준금리를 내리긴 어렵더라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할 수 있다는 스탠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어 "이자율 차이에 따른 자금 유출은 불가피하며, 이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전망에 대한 우려로 자금이 이탈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라며 "금리를 인상하거나 시장금리 급등 현상을 놔두면 그런 형태의 자금 유출이 일어날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추가 기준금리 인하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22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11월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됐지만, 일부 금통위원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당시 한 위원은 "앞으로 경제상황이 현재 전망보다 악화될 경우,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를 더 강화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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