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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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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 없는 물가 상승세 이어질까…한은 '촉각'

1월 소비자물가가 4년3개월 만에 2%대를 나타내면서 한국은행도 물가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2.43으로 전년 대비 2.0% 올랐다. 2012년 10월(2.5%) 이후 무려 51개월 만에 2%대로 올라선 것이다.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은 폭염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인해 채소, 달걀 등의 농축수산물을 비롯한 신선식품이 크게 올랐고, 지난해 1월 석유류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하락한 기저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도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1년5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2010년 100 기준)는 100.79로 전월(99.97)과 비교해 0.8% 상승, 5개월째 상승세를 나타냈다. 생산자물가지수가 100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100.33) 이후 처음이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통계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이를 감안하면 당분간 농산물 가격과 국제유가는 상당히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소비자물가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오르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간 낮은 물가로 인해 끊임 없이 '금리 인하' 압박에 시달려온 한은이 '저물가의 굴레'에서 탈피,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과 맞물려 금리인상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1월 소비자물가가 AI 사태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소폭 높게 나왔지만 예상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달걀, 농산물가격 등 일시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고 지난해 1월 유가가 워낙 낮았던데 따른 기저효과가 커 이 추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물가가 일시적으로 전망치를 웃돌았다고 해서 전반적인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 등 일시적 외부 충격에 따른 변동요인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1.5%로, 여전히 1%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한은 금통위원들도 오히려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하락 압력이 높아져 올해 물가목표를 소폭 밑돌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은은 앞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제시하며, 기존 1.9%에서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은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2017년 1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지난 4분기 소비자물가가 유가와 농산물가격 상승 등으로 오름폭이 확대됐으나, 근원물가는 공업제품 가격 둔화 등으로 오름세가 약화됐다"며 "올해 소비자물가는 연말로 갈수록 상승압력이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위원도 "전반적인 경기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할 때 특히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이 2% 방향으로 높아질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상반기 중 유가반등으로 비교적 빠른 속도로 높아지겠으나, 지난해 이후 1%대 중반 수준으로 둔화되는 추세에 있는 근원물가 상승률을 반등시킬 수 있을 정도로 총 수요가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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