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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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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조작국 가능성 열어놓은 경제 투톱

'4월 위기설' 현실화되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내놓고 있다.

유 부총리와 이 총재가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 직후 이전보다 '환율 조작국'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발언을 내놓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 부총리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안 된다고 봐야 맞지만 미국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지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총재는 지난 23일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현하는게 바람직하진 않지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G20 회의 전까지 두 경제사령탑은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데 무게를 뒀다.

하지만 회의 이후 두 사람의 발언이 이전과 미묘하게 달라지자 미국의 환율 압박 강도가 당초 예상보다 커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 부총리는 G20 회의 기간 중인 지난 17일 스티븐 므누친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우리 정부가 외환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하지만 면담 시간은 10분에 불과했고 므누친 장관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잘 알겠다'는 정도의 반응만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느껴진 미국 측의 움직임에 대해 "환율 정책의 투명성을 특히 강조하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 미국 정부의 입장을 감안해보면 가능성이 높진 않아도 배제할 순 없구나 하는 걱정도 해본다"고 우려했다.

◇韓, 환율조작국 3개 요건중 2개 해당…'리더십 공백' 더 위험

미국은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보고한다.

미국의 베넷-해치-카퍼(Bennett-Hatch-Carper·BHC) 법안에 따르면 환율 조작국을 판단하는 기준은 ▲현저한 대(對)미 무역 흑자(200억 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 흑자(국내총생산 3% 초과) ▲외환시장 일방향 개입(GDP 대비 2% 이상 외환 순매수) 등 3가지다.

우리나라는 이 중 2개(현저한 대미 무역흑자, 상당한 경상흑자)에 해당돼 지난해까지 '관찰 대상국'으로 2년 연속 지정됐다. 현재 관찰대상국에 올라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스위스 등 5개다.

정부와 한은은 우리나라가 외환 시장 일방향 개입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 올해에도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어서 안심할 순 없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은 한 가지 조건(대미 무역흑자)에만 해당되지만 직전에 관찰대상국이었다는 이유로 여전히 관찰대상국 대상에 올려놨다"며 "이것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어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조건이 변경되거나 다른 이유로 환율조작국으로 분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리더십 공백 상태에 있는 우리나라는 정상 외교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 적극적으로 우리 입장을 전달하기 어려워 다른 나라들보다 더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부 특임교수는 "일본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데 우리는 외교적으로 전혀 설득을 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1988년 지정때 환율 내리고 수출 급감…'4월 위기설' 나돌아

최근 시장에서는 환율조작국 지정이 현실화됐을 경우를 가정한 '4월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1년 간의 협의를 통해 환율 저평가나 대미 무역역조 해소 정책 등을 요구받게 된다.

이후에도 시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조달시장 참여 제한이나 해외민간투자공사(OPIC)를 통한 자금 지원 금지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1988년 미국에 의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됐던 경험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환율조작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복수통화바스켓페그' 방식을 시장 수급에 따라 환율을 결정하는 '시장평균환율제도'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1987년부터 1989년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20%나 상승했고 수출 감소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년 동안 5.4%포인트나 하락했다.

환율조작국 지정이 현실화될 경우 실물경제뿐 아니라 금융·외환 시장에 단기 충격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단기 충격으로 환율 저점이 낮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또 우리 경제에 큰 악재면서 불확실성 재료로 작용하기 때문에 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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