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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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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세 인상보단 유가보조금부터 없애야"

경유세 인상 관련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예고대로 세율을 올려도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결론이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경유세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이동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지출성과관리센터장은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에 관한 공청회'에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연구는 지난해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조세재정연구원 등 4개 국책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긴 것이다. 

 2014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CAPSS)을 기준으로 가장 가파른 경유가격 인상폭인 2636.0원을 적용할 경우 미세먼지(PM2.5)는 2.8%까지 감축된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현재 1200~1300원 수준인 경유가의 2배 넘는 수준의 인상인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 가장 완화된 수준의 인상안인 1337.0원으로 가정할 경우 감축량은 0.1%에불과하다. 

 최영록 세제실장은 지난 26일 경유세 인상 논란이 불거지자 "경유 상대가격 인상의 실효성이 낮게 나타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는 경유세율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세율 개편으로 수송용 연료 사용을 줄이거나 이로 인한 미세먼지 감축은 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유가보조금이 존재하는 한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는 더 어렵다는 지적이다. 

 원두한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유세보다 환경비용과 혼잡비용 등이 더 크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세금을 통해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교수는 "경유가 인기있는 것은 싼 가격으로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어서인데 소비자들이 환경보다 자신의 효용을 더 중요시한다면 경유로 소비가 쏠릴 수 밖에 없다"며 "에너지는 가격 탄력성이 낮기 떄문에 가격을 인상시키더라도 사람들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높여서 수송용 연료 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 교수는 "연구에서도 세금을 올린대도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유가보조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세금이나 가격 조정을 통해 미세먼지를 줄일 여지가 매우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도 "3년 한시적으로 도입된 유가보조금이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논의가 진행된다면 에너지 세제개편의 의미는 상실된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화물운송업자나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입겠지만 이들의 문제는 경유값이 비싸서가 아니라 소득이 부족해서"라며 "가격 정책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은 경제학 원론에도 나와 있다. 가격이 아니라 소득 측면의 지원이 적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기운 숭실대 교수도 "보조금을 없애고 가격보조 대신 에너지 바우쳐를 주는 등 소득보조를 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문제가 함께 고쳐지지 않는 한 이해당사자들 간 갈등 불만만 고조시킨다. 그래서 정책당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여론에 휘둘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가보조금을 없애는 대신 표준운송원가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 운송업자들의 피해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버스나 화물차 운송업자들은 경유 가격이 오르면 사업이 손해보기 때문에 유가보조금이 필요한 것"이라며 "정부가 운송 가격에 개입하지 말고 표준운송원가를 바로잡아서 가격에 반영돼야 (세율을 개편하더라도) 과세 효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경유세 인상과 관련해) 버스운송조합이나 화물차연대의 피해손실에 대해서 걱정하지만 미세먼지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갑작스러운 변화로 피해를 보지는 않게 해야겠지만 한 쪽의 이해만 언급할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등은 성명을 내고 "운송료를 현실화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경유세 인상은 운수업계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운임의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무리한 과적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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