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률은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내수도 부진한 가운데 해외 소비는 계속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여행수지 적자는 10년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사용 실적'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해외 카드(신용+체크+직불) 사용금액은 4조7300억원(41억8000만달러·23일 종가 1132원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4조5500억원(40억2000만달러)에 비해선 4.0% 증가한 것이다.
국민들의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개선되고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해외 여행이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분기 내국인 출국자수는 611만명으로 지난해 2분기(507만명)에 비해선 늘어났지만 1분기(651만명)에 비해선 줄어들었다.
전 분기에 비해 소폭 줄어들었지만 통상 2분기가 여행업계의 전통적인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증가 추세가 꺾인 것으로 보긴 어렵다.
특히 2분기 출국자수가 1분기에 비해 6.3% 감소했지만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 사용금액은 4.0% 증가한 것이 눈길을 끈다.
내국인들의 해외 소비 씀씀이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사용카드 수는 1308만4000장으로 1분기(1323만7000장)에 비해 1.2% 줄었지만, 장당 사용금액은 36만2200원(320달러)로 1분기 34만4100원(304달러)에 비해 5.2% 증가했다.
카드 형태별로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늘고 직불카드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3조4800억원(30억7600만달러)로 1분기에 비해 5.8% 증가했고, 체크카드도 1조1300억원(10억31만달러)로 0.3% 증가했다.
직불카드 사용금액은 870억원(7700만달러)로 12.2% 감소했다.
전체 카드사용 금액 가운데 신용카드가 73.5%를 차지했으며, 체크카드와 직불카드는 각각 24.6%, 1.8%로 집계됐다.
해외 소비가 늘어나는 반면 국내 소비 회복은 더딘 가운데 저축률은 치솟고 있다. 소득이 늘어나도 노후 등을 생각할 때 소비할 형편은 못 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총저축률은 36.9%로, 지난 1998년 3분기(37.2%) 이후 약 19년(74분기)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으로 중국 관광객이 감소한데다, 해외 여행 지출은 급증하면서 우리나라의 여행수지는 큰 폭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여행수지 적자는 4조5200억원(39억9300만달러)로 2007년 3분기 5조750억원(44억8400만달러)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