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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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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숨 전 대표 "최유정, 현직 판사들 이름 거론…거액 요구"

'정운호 게이트'로 구속 기소된 최유정(46·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송창수(40) 이숨투자자문 전 대표가 "최 변호사가 현직 판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거액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송 전 대표는 불법유사수신업체 투자사기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중 최 변호사에게 보석 및 집행유예 청탁 명목으로 50억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송 전 대표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열린 최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4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최 변호사를 알게 된 경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송 전 대표는 "평소 알고 지내던 브로커 이동찬이 법원·검찰·경찰에 아는 사람이 많다며 수사나 재판을 모두 해결해주겠다고 자신했다"며 "'정유정'이라는 현직 여자 부장판사에게 로비해야 한다기에 명품 가방에 현금 1억원 등 금품을 건네줬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알고 보니 '정유정' 부장은 현직 부장판사가 아닌 최 변호사였다"며 "이를 브로커 이동찬에게 추궁하니 개인적인 사정이라 지금 잠깐 쉬는 단계고, 다시 판사로 복직하기 때문에 부장판사로 소개했다고 해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최 변호사가 찾아와 '이동찬과 각별한 관계인 줄 알았는데 속았다. 나를 농락한 것이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면서 "당시 강남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사건, 서울중앙지법과 수원지법에서 받고 있는 형사재판을 브로커 이동찬과 최 변호사가 봐주고 있던 단계였기 때문에 사과하면서 도와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송 전 대표는 또 "최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일을 보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현금 '20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20개는 현금 20억원을 의미한다.

송 전 대표는 "다른 변호사가 제게 돈을 얘기할 때는 '1000만원', '1억원'이라고 얘기하는 반면 최 변호사는 20개라는 용어를 사용해 특이해서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최 변호사가 '일을 봐 준다'는 것은 다른 변호사처럼 선임계를 작성한 뒤 변론요지서 등을 작성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흔히 말하는 로비를 의미한 것"이라며 "정상적인 변론 활동을 위한 돈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송 전 대표는 불법 유사수신업체 투자 사기 사건으로 수원지법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와 관련해 송 전 대표는 "법정 구속된 다음날 최 변호사가 접견을 와서는 1심 재판장 이름을 거론하며 'A판사와 통화했는데 (피해자들과) 합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다른 변호사에게 잘못을 전가하려 했다"며 "A판사와는 언니·동생 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변호사가 항소심에서는 책임지고 하겠다며 20억원을 요구했다"며 "항소심 재판부 4개를 거론하고 "브로커 이동찬이 (4곳 중 1곳에) 배당을 하면 내가 아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 보석을 신청하고 빼주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송 전 대표는 "재판부가 배당되자 최 변호사는 '(해당 재판부와는) 너가 알 수 없는 특별한 관계가 있다. 일반인들은 알 수 없다'고 말해 굉장히 각별한 사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후 송 전 대표는 수원지법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석방됐으나 '1300억원대 투자사기' 혐의로 다시 구속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송 전 대표는 "1300억원대 투자사기 사건으로 최 변호사에게 변호사비로 10억원을 줬다"며 "최 변호사는 당시 '판사들만 아는 모임이 있다. 일반인들은 모르는 모임이다'라며 '이 사건 재판장을 맡고 있던 B부장판사도 이 모임에 들어가 있다. 의사소통 수시로 하고 있고 잘 될 거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송 전 대표는 이 사건 1심에서 징역 13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9월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송 전 대표는 "최 변호사가 정말 말도 안 되는 돈을 얘기할 때는 '저런 사람이 정말 법조인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두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최 변호사는 재판 내내 증언하는 송 전 대표를 주시했다. 가끔 송 전 대표의 증언에 옅은 미소를 지은 뒤 변호인에게 귓속말을 건네기도 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는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해외원정 도박 사건의 항소심 변론을 맡아 보석 석방 등을 대가로 50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또 지난해 6~9월 불법유사수신업체 투자 사기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송씨로부터 보석 및 집행유예에 대한 재판부 교제청탁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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