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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화 한은 부총재 "저성장 장기화 우려"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는 28일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3% 정도로 대외경제 여건이나 주요국 성장률에 비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며 "하지만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치유되지 못한 상태에서 성장잠재력이 계속 약화되고 있는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고려대 국제관에서 열린 '성장잠재력과 거시정책(Growth Potential and Macroeconomic Policy)'을 주제로 한 국제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장 부총채는 "금융위기 이전 5% 정도였던 잠재성장률이 노동생산성 감소, 자본 축적 둔화 등으로 최근 3%대 초반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돼 왔다"며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성장잠재력은 이보다 더 약해졌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성장세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으로는 저출산·고령화, 과다한 유휴 생산능력, 가계부채 누증,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을 제시했다. 이 중에서도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총수요 및 총공급 양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연합(UN)이 18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출산률은 1.24로 꼴찌에 가까운 184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인구고령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장 부총재는 "우리 정책당국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점들을 완화 또는 해소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해 오고 있다"며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억제하고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시행해 왔으며 향후 추세를 보아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과잉과 경쟁력 약화로 경영여건이 악화된 조선, 해운, 철강 등 전통적인 수출주력 업종의 구조조정을 위해 애쓰고 있다"며 "저출산·고령화에 대해서도 오래 전부터 그 심각성을 인식해 대응책을 강구해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이 문제는 일자리·주거·교육·사회인식 등 여러 분야와 연계되어 있는 복잡한 사안"이라며 "따라서 다양한 대책들이 보다 체계적이고 상호보완적으로 수립 시행돼야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부총재는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통화 및 재정 기조를 적극 확대하는 등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성장잠재력의 지속적 하락과 '장기정체(secular stagnation)'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도 지적했다.

그는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운용 여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태"라며 "그동안 통화 및 재정정책 기조를 과감하게 확대해 추가 완화의 여지가 협소한 데다, 장기간의 완화적 정책으로 금융불균형이 누적되고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등 다른 측면에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저성장 기조 탈피를 위해서는 거시경제정책의 완화적 운용 못지 않게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잠재력 배양이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다만 그는 "구조개혁은 단기적으로 고용 및 소득 감소, 경제심리 위축 등을 통해 경기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며 "경기가 계속 부진하면 이력현상을 통해, 또 구조개혁의 추진 동력을 약화시켜 성장잠재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부총재는 "따라서 구조개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지, 그 과정에서 제한된 여력을 가진 거시경제정책을 어떻게 운용해 나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성장잠재력의 지속적 하락, 수요부진에 따른 장기정체 가능성 등을 논의하고 향후 구조개혁을 포함한 거시정책의 방향과 효과 등에 대해 논의한다.

장 부총재가 개회사를, 이남호 고려대 부총장이 환영사를 하며 케네스 웨스트 위스콘신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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