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3.29. (금)

기타

예금금리 '찔끔', 대출금리 '껑충'…당국, 뒷북 대응

 가계부채 증가에 따라 수익이 늘어난 은행들이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을 벌리는 식으로 이자 장사를 확대하면서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에서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를 점검하겠다고 해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16년 10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10월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3.08%로 한달 전보다 0.05% 상승했다.

일반신용대출과 집단대출 금리는 유사했지만 가계부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89%로 0.09%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인하한 뒤 7월에는 역대 최저 수준인 2.66%로 내려앉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3달 만에 0.23%포인트가 뛰어오르며 3%대에 다가섰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저축성 수신(예금)금리는 찔끔 올랐다. 10월 예금 금리는 1.41%로 3개월 전보다 0.1%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기준 금리 인하 요인이 없었던 지난 5월과 비교하면 주택담보대출은 5개월 만에 과거 금리 수준을 회복한 반면 수신 금리는 지난 5월 1.54%보다 0.13%포인트 모자란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은행들은 우대이율은 인하하고 금리가 높은 수신 상품은 중단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다음달 10일부터 KB★Story통장과 KB연금우대통장의 우대금리를 2.00%에서 1.00%로 내린다. KB사랑나눔통장의 기본금리도 1.00%에서 0.50%로 낮춘다.

신한은행은 수시입출금식 '유(U)드림레디고(Ready高)통장'의 우대이율을 다음달 19일부터 연 최고 2.4%에서 1.2%로 깎는다. 추가우대이율도 0.4%포인트 낮췄다.

KEB하나은행은 7일부터 정기 예·적금과 상호부금의 만기 이후 지급하는 금리를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우리은행도 일부 상품의 우대금리 혜택을 축소했다.

신한은행은 금리가 높은 수신상품의 판매를 아예 중단하기도 했다. 백화점과 연계한 고금리 적금이라고 홍보했던 '신한 롯데백화점 러블리 적금'은 다음달 1일부터 가입할 수 없게 됐다. 러블리 적금은 기본금리 연 1.5%에 최대 연 8.5%의 리워드(환급금) 혜택을 제공, 은행 정기적금의 평균 금리보다 수익률이 높은 상품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금융감독원도 시중은행들의 금리 산정체계 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은 당초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2% 미만의 특혜(우대) 금리에 대해서만 들여다볼 계획이었지만 대출금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뒤늦게 금리 산출 체계를 전반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 21일 열린 주례임원회의에서 금리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지속해 줄 것을 당부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3분기 깜짝 실적을 낸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찔끔 올리고 대출금리는 대폭 올리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며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은 상황이어서 대출 금리를 0.1%만 올려도 소비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가계부채 증가는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비판 여론이 커지자 뒤늦게 규제에 나서는 전형적인 뒷북 행정을 보이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가 큰 사안은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