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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8. (목)

경제/기업

[택시업계 LPG보조금지급 파동-下]

“보조금 전액보전” 유명무실


▶에너지세제 개편안 도입배경과 추이
지난 2001.7월 처음 시행된 에너지세제 개편은 사실 역대 정부에서 여러 차례 도입시도를 했다가 실패했던 대표적인 정책 가운데 하나다.

이는 유류 자체가 지닌 막강한 파급효과 때문으로 유류가격 인상은 곧바로 물가인상과 서민부담 증대를 불러일으키는 등 정부나 집권 여당에서 볼땐 정치적 파장이 워낙 커 마치 계륵(鷄肋)과도 같은 존재였다.

실제로 2006년까지 정부가 에너지세율 인상으로 걷어들이는 세수입은 3조6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올해로 완료시기를 잡았던 당초 개편안인 5조1천억원의 세수입보다는 대폭 줄었으나 이 또한 상당한 액수다.

때문에 중산·서민층의 복지대책을 서두르고 있던 정부로서는 당장 지출한 곳은 많은데 쓸 돈이 없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이 상황을 타개하는 세수입원으로 유류세율 인상안에 자연스레 시선을 돌렸다.

여기에 더해 OECD 가입국가 중 유종별(휘발유, 경유, LPG 등) 상대 가격비가 가장 낙후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우리 나라 유종별 상대가격비는 100:44:24로써 선진국의 100:80:50과는 격차가 심각하다.

이같은 가격체계는 유류시장의 왜곡된 소비패턴을 발생시켜 휘발유 차량에 비해 경유 및 LPG차량의 출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환경단체 조사에 따르면, 경유차 한 대가 승용차 40대 분량에 가까운 환경오염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청정에너지로 취급받는 LPG도 용역조사 결과 승용차보다 20% 가량 오염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세수입 증가를 도모하고 유종별 가격구조 왜곡을 바로잡는 한편, 환경오염을 현저히 줄여나가기 위해선 에너지가격 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방침을 굳혔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은 '99.10월 산업자원부 업무보고에서 범정부적인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했으며, 이에 따라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등이 공동으로 대책마련에 나서는 한편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4개 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하게 된다.

그 결과 정부는 2001∼2002년 2년여에 걸쳐 경유와 수송용 LPG세율을 현행 155%·23%에서 시행 첫해인 2001년 216%·143%로 인상하고, 2002년엔 277%·264%로 각각 높여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유류 소비단체들의 격렬한 반발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물가부담이 너무 크다는 소원이 잇따르자 애초 2002년 에너지세제 개편 완료시기를 2006년으로 늘려잡았다. 이와 함께 인상된 유류세율만큼 전액보전해 주겠다는 정부 약속에 따라 업계 반발을 잠재우는데 성공해 일단 닻을 올리게 됐으나, 앞서 지적(本紙 5.27자 3면 `택시업계 LPG보조금 지급 파동'-上)한 것처럼 재경부의 `보조금 삭감지급', `2006년 보조금 철폐' 방침에 따라 도입 초기의 원래 목적과는 달리 심각하게 훼손된 실정이다.

정부
세수증가·에너지가격 현실화 유종별 가격구조 왜곡교정 도모

업계
유류세율인상 후유증 무시 정책일관성 주장 “語不成說”


▶보조금지급변경안 둘러싼 정부와 택시업계 첨예한 대립 각
보조금지급 변경안은 2001.7월 유류세율의 첫 인상이 있은 직후 두달만에 경제장관회의에서 결정됐다.
정부는 애초 인상세율만큼 전액보전하겠다는 약속을 파기한 데 대해 “도입 초기 정책 보도자료에도 있듯이 `다만 보조금은 요금 현실화 추이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축소'라는 문구가 있는 만큼 이러한 주장은 근거없다”고 일축했다.

즉 업계에 약속했던 사항을 근거없이 전면 뒤집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택시연합회가 제시한 그 당시 재경부 및 산자부의 홍보 리플릿엔 택시를 비롯해 버스·화물업체에게도 유류가격 인상에 따른 파급은 전혀 없음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었다.

당시 업계에 배포했던 홍보 리플릿 및 공문 내용 중 `운수업계 지원방안'에 있어 `영업용 버스·택시·화물차 등 운수업계는 지방주행세에서 인상분 전액을 보조금으로 지급'이라는 문구가 분명히 들어 있었다. 이처럼 한 장의 공문 내용에 각기 대응되는 시책을 집어넣어 향후 전개될 유류세율 인상과 관련한 반발여론에 대한 보험을 이미 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오히려 더 꼬이게 돼 버렸다.

재경부가 밝힌 요금 현실화는 바꿔 말해 요금인상을 가리키고 있으나, 현행 택시요금은 중앙정부에서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 현행 택시요금 등 공공요금은 각 광역·자치단체장과 이들 단체에 소속된 물가심의위원회 등에서 주관하고 있는 사항으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덜컥 해버린 꼴이다. 더욱이 유류세율 인상분을 포함해 매년 5∼7%씩의 요금조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6년간의 세금인상분을 요금으로 반영하기도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됐다.

실제로 금년 5월말 현재 16개 광역자치단체별로 택시요금이 타결된 곳은 전북과 충남을 제외한 14개 시·도에 이르고 있으나, 애초 인상목표제시액의 70%선에서 타결됐다.

결국 정부가 말한 `요금 현실화'는 `보조금 철폐'와는 전혀 별개의 요소였음이 판명된 것이다.

▶정부 여당 `업계 현실 외면', 정책 일관성만 주장
택시업계는 “요금 현실화라는 조건부 명제가 충족되지 않는 이상, 보조금 철폐는 부당하다”며 오는 7월 LPG 세율이 인상되더라도 보조금은 종전과 같이 전액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재경부와 산자부, 건교부를 방문해 `업계 현실을 외면하지 말 것'을 거듭 읍조리고 있으나 이마저도 별 실효성이 없는 실정이다.

산자부와 건교부 등 관계 부처에선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다”며 발빼기에 급급한 현실이며 재경부는 “시행 2년을 맞은 지금, 후퇴는 없다”고 스스로에게 강조하듯 연신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때문에 분개한 택시연합회 관계자는 “그 당시 개편안을 들고 와 우리를 설득했던 정부 담당자는 도대체 어디에 있냐”며 목소리를 한층 높이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도 업계에 동조하는 모습이 일부 관측되기도 한다.

보조금과 관련해 재경부 일각에선 “해마다 20%씩 누진적으로 삭감시켜 나가는 것엔 문제가 있다”며 세제 개편안이 세수증대방안으로 도입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 주었다.

산자부 관계자 또한 “LPG가격을 휘발유가격대비 60%까지 급격히 끌어올리는 것은 업계사정을 도외시한 시책이다”고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교통개발연구원 등 전문연구기관에서도 “누구를 위한 유가대책인지 의아하다”며 “유가 현실화 시책이 세수증대방안으로 변질됐다”고 이의 제기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당정협의 기본정신에도 정면으로 위배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나 정작 이를 둘러싼 논의는 아직 활발하지 못하다.

이는 세제 개편안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 여당의 요지부동으로 말미암아 하위기관의 전형적인 눈치보기로 풀이된다.

특히 에너지세제 개편안의 완료시점이 2006년으로 예정된 데 대해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한 정책 부담을 “차기 정부에 떠넘기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유류세율 인상에 따른 후유증을 외면한 채 정책 일관성만 주장하는 現 정부의 방침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정부 여당은 이제라도 전향적인 자세로 업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등 현안 해결을 위해 테이블에 앉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업계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서고 있어, 향후 유류세율 인상과 관련한 정부 여당의 발걸음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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