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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8. (목)

경제/기업

EU, 한국 조세회피국 지정 논란…정부 "조세주권 침해"

한국이 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의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미국령 사모아, 바레인, 바베이도스, 그레나다, 괌, 마카오, 마샬군도, 몽골, 나미비아, 팔라우, 파나마, 세인트루시아, 사모아, 트리니다드 앤 토바고, 튀니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마카오, 몽골 3개국이 이른바 '조세회피국'으로 낙인 찍혔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슈퍼리치들의 조세회피 문제의 심각성이 여러차례 제기돼왔지만, EU가 이번처럼 17개국을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47개국을 감시국으로 지정하기는 처음이다.

 

CNN은 관련기사를 보도하면서 아예 제목을 '한국이 EU의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포함되다'로 뽑았을 정도로 우리나라가 조세회피처로 지목된데에 대해 관심을 나타났다. 그동안 조세회피처라고 하면 으례 카리브해의 섬나라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EU의 발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를 왜 조세회피처로 지목했는지 추정할 수있다. EU는 각국이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국제적 기준들에 맞추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리스트가 발표되기 전까지 지난 수개월동안 해당국과 EU간의 대화 과정에서 기존 방식을 바꾸겠다는 충분한 결의를 나타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조세회피 관련 규제가 국제법 수준에 맞지 않는데다가,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반면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 조세회피국인 버뮤다나 케이먼 군도, 영국령 저지 섬 등은 '감시국'으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 문제점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블랙리스트가 EU 법과 연결된다면서, 해당국이 EU의 개발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종의 제재를 받게 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해당국이 조세회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데 EU와 합의할 경우는 제외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조세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블랙리스트를 발표하면서 "(해당국) 재무장관들에게 그 어떤 소극적인 태도도 피할 것을 촉구한다. (개혁을 약속한)국가들은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세금 관련 법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모든 국가들에게 계속 압력을 행사할 수있도록 모든 일을 다해야만 한다. 불공정한 세금 경쟁이나 불투명함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6일 보도자료를 내고 "EU의 결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지 않고, 국제적 합의에도 위배되며 조세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우리나라의 경제자유구역, 외국인투자지역 등의 외국인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제도가 내·외국인을 차별하는 '유해 조세제도(preferential tax regime)'에 해당된다고 봤다. 문제로 지적된 세제는 외국인투자지역 등에 입주하는 기업의 감면대상 사업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것이다. EU는 저율과세 또는 무과세이면서 ▲국내와 국제거래에 차별적 조세혜택 제공▲해당 제도의 투명성 부족 ▲해당 제도에 대한 효과적 정보교환 부족한 경우를 충족하면 유해 조세제도로 판단한다.

 

그러나 기재부는 EU가 OECD와 주요 20개국(G20)이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 시행 중인 BEPS(국가 간 세법 차이를 이용한 조세회피행위) 프로젝트와 다른 기준을 적용해 국제적 기준에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또  "OECD의 BEPS 프로젝트에서는 적용 대상을 금융·서비스업 등 이동성 높은 분야로 한정해 우리나라 세제가 유해 조세제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냈다"면서 "EU의 이번 결정은 적용 범위를 제조업으로 확대한 것으로 국제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했다.

 

기재부는 EU가 지난 2월 OECD·G20 등 109개국이 참여한 회의에서 OECD·G20의 유해 조세제도 평가 결과를 수용키로 확약해놓고 상반된 결정을 내린 것은 국제적 합의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 EU 자체 기준을 강요하는 점도 조세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EU가 지적한 투명성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광범위한 조세 조약 등을 통해 효과적 정보교환 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조세행정에서도 높은 투명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설명했다. 이어 "내년까지 EU와 공동으로 현행 제도의 유해성 여부를 분석한 후 합의 하에 제도 개선하자고 제안했으나 개정 또는 폐지를 약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했다"며 "평가 과정에서 우리 정부에 제도를 설명할 기회도 부여하지 않는 등 절차적 적정성도 결여됐다"고 따졌다.

 

기재부는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이번 EU 결정에 범정부적으로 적극 대처할 계획이다. OECD 등 국제 회의에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반영해 나간다는 방침도 정했다.<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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