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월세이율이 여전히 은행 예금이자 등에 비해 훨씬 높아 저금리 상황에서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진단한다.
반면 세입자들은 전세를 월세로 돌렸을 때 매달 내야 하는 돈이 너무 많다고 봐 끝까지 전세를 찾아다니고 있어 전세난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 월세이율 `하락일로'..10년 사이 23% ↓ = 9일 KB국민은행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월세이율은 지난달 0.94%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 하락했다.
월세이율은 전·월세 전환율, 즉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이자율로, 예컨대 아파트 전세금이 1억원이고 집주인이 이를 보증부 월세로 바꿔 5천만원을 보증금으로 하고 나머지 5천만원분을 월세로 받는다면 월세이율이 1%이면 매달 50만원, 0.94%이면 47만원이 된다.
월세이율은 전세보증금과 전환된 월세보증금의 차액을 분모로 하고 월세금을 분자로 한 뒤 100을 곱해 산출한다.
전국 평균 월세이율은 매년 12월을 기준으로 이 지표에 대한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01년 1.22%에 달했으나 2002년 1.17%, 2003년 1.07%, 2004년 1.02%, 2005년 1.02%로 점차 떨어진 뒤 2006년 0.99%로 `1%의 벽'이 깨졌다.
이후 2007년 0.98%, 2008년 0.97%, 2009년 0.96%, 2010년 0.95%로 매년 0.01%포인트씩 하락하더니 이달 0.94%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1년 12월과 비교하면 0.28%포인트, 23%나 급락한 것이다.
월세이율은 서울 등 수도권이 낮고 지방은 높은 편이다.
서울은 2001년 12월 1.08%에서 지난달 0.84%(강북 0.86%, 강남 0.82%)로, 수도권은 같은 기간 1.14%에서 0.91%로 각각 떨어졌다.
지난달 기준으로는 광주가 1.04%로 가장 높고 인천 1.03%, 울산 1.02%, 기타 지방(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도시) 1.02% 순이다.
2억원짜리 전세를 보증금 1억원의 월세로 전환했을 때 서울에서는 2001년 108만원을 받았지만, 지난달에는 24만원이나 적은 84만원을 받는데 그쳤다는 것이고 광주에서는 지난달에도 여전히 서울보다 20만원 많은 104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 `월 1부 이자'의 유혹..집주인 "그래도 월세" = 임대차 계약 구성비는 1월 현재 전세 57%, 보증부 월세 40.2%, 순수 월세(사글세) 2.8%로, 3년 전인 2008년 같은 달에 비해 전세는 2.4%포인트 낮아진 반면 보증부 월세는 2.3%포인트 높아졌다.
월세이율이 떨어지는데도 임대인이 월세로 돌리려 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을 꼽고 있다.
우선 저금리 시대에 전셋돈을 은행에 예치해도 이자가 거의 없다는 점을 든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시중에 `1부 이자의 원칙'이 있다. 전셋돈 1억원을 월세로 돌리면 통상 월 100만원, 5천만원이면 월 50만원을 받는다는 뜻으로, 연간으로 치면 12%의 수익률"이라고 말했다.
`1부(ぶ)'는 `1푼(分)'의 일본어로, 1%(0.01)이다. 월세이율이 1%이면 `1부 이자'와 같은 표현인 셈.
국토부 관계자도 "시중 예금이자가 연 3~4%에 불과한 상황에서 연 10% 안팎의 수익률은 굉장히 높은 것으로, 전셋돈 정도는 마련할 수 있는 중산층이 월세를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고, 목돈이 없어 월세를 선택해야 하는 서민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라면 월세이율이 연 5~6% 수준으로 떨어져야 수급 균형이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도 월세 전환 분위기에 한몫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택 시장이 상승 국면이라면 전셋돈을 받아 또 다른 집을 사들이는데 투자할 수 있지만, 하강이나 보합 상황에서는 `남의 돈'을 주택 구매를 위한 종자돈으로 섣불리 쓸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