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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5. (목)

통일대박 그리고 통일비용과 통일세의 상관관계

안창남 <강남대 교수>

우리나라 대통령이나 국민은, 설사 북한이 핵실험, 무인기 침범이나 그 어떤 도발을 하더라도, 그들과 평화통일을 해야 하는 역사적인 숙제를 지니고 있다. 이는 헌법에서 평화적 통일을 하라고 요구하고 때문이다. 한반도는 매년 봄, 긴장이 고조된다. 북한의 정치일정과 이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군사일정이 겹친 결과다.

 

물론 통일은 해야겠지만, 남북문제는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각기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도 개인적으로는 빨치산의 피해자다. 고향 마을에 같은 날 제사가 25명이나 된다. 6․25 무렵 어느 날 저녁 그들이 동네를 급습해서 젊은이들을 모두 처형했기 때문이다. 제 부친도 그날 처형당할 뻔 했으나, 다행히 조모께서 평소 걸인들에게 보리밥이라도 정겹게 대접했던 것을 기억한 당시 빨치산 우두머리가 그 처형장에서 제 부친을 몰래 빼내어 도망치라고 한 덕분에 오늘 제가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일가친척 대부분 그 때 학살당했다. 그들이 밉다.

 

가장 좋은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에는 미안한 일이지만, 크림반도의 경우가 북한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즉,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남한의 국회)가 북한을 남한에게 넘긴다는 결의를 하고 북한 주민이 투표를 통해 이를 확정한다. 그리고 이를 남한 국회에 전달하고 수용 여부를 결정한 뒤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비준하면 통일이 완성된다. 동독과 서독도 이렇게 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발생한다. 통일되면 북한 주민은 법적으로 남한 주민과 동등한 자격이 주어진다. 따라서 남한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이 지급된다면 북한 노인에게도 지급해 달라는 요구가 있을 것이다. 재정이 부족하다고 하여 북의 노인에게는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그 혼란은 불 보듯 훤하다.

 

거주이전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모두 다 따뜻한 남쪽에 내려야 살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남쪽도 비좁다. 그래서 북한에 투자도 하고 식량도 보내줘 북한 주민들이 북한에 정착하게 해야 한다. 이런 게 통일비용이라고 하고 어림잡아 1천조원 정도 든다는 것이다. 통일 비용은 연구단체마다 산출기준이 각각 다르지만 대부분 1천조원 남짓한 돈이 들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통일비용을 준비해 놓고 있기는 한가? 우리나라 예산 어느 곳을 뒤져 봐도 통일비용은 없다. 겨우 남북협력기금 1조5천억원 정도가 있을 뿐이다. 돈은 그렇다 치자.

 

마음은 어떠한가? 탈북자 2만명 정도가 남한 사회에 살고 있는데, 우린 그들을 진정 형제로 포용하고 있는가? 남한이 탈북자 2만명도 힘겨워하는데 그보다 1천배가 많은 북한 주민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이래서 그토록 통일을 간절히 원해도 하늘이 들어주지 않는 것 아닌가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통일 대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지하자원 값만 7천조원을 상회한다고 한다. 통일비용 1천조원을 감안하면, 시쳇말로 7배가 남는 장사다.

 

독일은 통일 비용으로 지금까지 약 3천조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대부분은 사회 보장비용과 동독 토지소유권 보상비용이다. 그들은 통일전 10년전부터 매년 100억달러씩 통일비용을 마련해 뒀고, 통일뒤 부족한 통일비용은 통일채권과 통일세를 통해서 조달하고 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현재 통일독일은 그간의 지불한 통일비용을 훨씬 뛰어넘는 통일 효과를 누리고 있다. 유럽의 초강대국이 된 것이다. 이게 진정한 통일 대박이 아닌가. 

 

우리나라도 통일의 대박을 꿈꾸고 있다면, 통일 비용을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 통일 비용은 전쟁 비용과 다르다. 전자는 통일후 발생하는 치료비이고 후자는 통일 전에 포탄과 전투 비행기를 사두는 비용이다. 정부는 후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나 전자의 경우에는 관심 밖이다.

 

그러나 통일비용은 잘 준비만 하면 1천조원이 다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 미리 준비하면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북한 영유아 돕기다. 이들은 통일한국의 소중한 인적자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북한 영유아에게 10만원 투자해 그들이 건강할 경우, 이는 그들이 비실해 통일 이후 병원 신세를 질 때 들어갈 비용과 비교하면 몇십배 투자효과가 난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북한 영유아와 산모돕기 제안은 평가받을 만하다.

 

그리고 마음을 여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는 종교단체의 몫이다. 독일 통일과정에서 동․서독 교회의 교류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것은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들의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마음의 상처와 갈등을 종교가 일정부분 감당할 수 있다. 종교단체를 통해서 지원하는 10만원은 정부가 지원하는 것보다 훨씬 거부감이 없다는 것은 이미 동․서독의 교류가 입증하고 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70년간 분단돼 살았으니 얼마나 많은 상처가 남아 있겠는가? 이게 정리되지 않고 통일된다면 그 후유증 치료비용은 천문학적일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통일비용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바로 시작하고, 경제여건을 봐서 통일채권 발행이나 통일세 도입 등을 통해서 통일비용을 조달하면 된다. 오히려 통일세를 지금부터 징수한다면, 국민 마음속에 통일의 당위성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뿌리내릴 것이다. 통일에 대한 관심 없음이야말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러고도 부족하다면 해외자금을 이용한 통일펀드를 발행하면 된다. 북한의 지하자원 값만 7천조원이 된다고 하니 아마도 펀드 발행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 말씀처럼 통일은 분명 대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국가에게는 찾아오지 않는다. 찾아와도 재앙이 될 수 있다. 미리미리 통일을 준비하고 통일세로 통일을 완성하자.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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