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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0. (토)

6ㆍ4 지방선거와 지방재정

우명동<성신여대 교수>

온 나라가 오는 6월4일 치러질 지방선거 얘기로 분주하다. 공천 룰이 잘 돼 있느니 잘못돼 있느니, 어느 후보가 더 나은지….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있다. 지금은 수면 밑으로 내려갔지만 한동안 기초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후보에 대한 정당 공천문제를 두고 논란이 뜨거웠다. 이 모두 각 정당 입장에서 선거정책과 관련된 얘기들이다. 그러나 정작 예비후보자들로서는 당선을 위한 공약의 개발과 공표를 통해서 주민들의 표심을 얻어내는데 온통 관심이 모여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공약은 재정 수요를 수반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현재 지방재정의 상태는 어떠한가? 금년 2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2년 말 현재 지자체의 부채가 지방교육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 중 직영기업을 포함하면 53.3조원, 여기에 지방공사·공단 등의 부채 52.4조원을 모두 합치면 지방공공부문의 부채가 무려 100조원을 넘어섬으로써 지방재정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을 우려해 중앙정부에서는 지방채를 지자체에서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지방재정파산제와 같은 방안까지 제시하면서 지방재정 건전성 제고를 위한 대안 찾기에 분주하다. 

 

물론 지방정부의 빚이 지자체의 요인으로만 발생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주어진 정부간 재정관계 틀이나 그 운영권이 중앙에 치중돼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마치 지방재정 적자의 주범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도 자칫 지방자치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 경계해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장들이 함부로 소위 선심성 공약을 남발해 당선에만 급급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여전히 사실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한 탓인지 혹자는 이러저러한 공약을 해서 당선이 되더라도, 지방재정의 여건상 현실적으로 지자체가 감당할 수 없는 경우이거나 공약 당시 법령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모르고 공약을 한 경우에는, 무리하게 공약을 이행하려 하기 보다는 주민에게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하고 철회하는 것이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는데 더 필요할 수 있다고까지 주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주장하다 보면 그렇잖아도 공약남발의 유인을 갖고 있는 후보들을 더욱 부추겨 당선에만 열을 올리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물론 명백하게 대외적인 여건이 변한 경우는 예외라 하더라도 그렇지 않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논리로 공공연하게 공약 철회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이는 대선과정에서의 복지서비스 확대공약과 집권 이후 대응과정에서 직면한 많은 논란, 그리고 기초지자체 무공천 공약과 얼마 전까지 겪었던 정국의 혼란 등을 보면 짐작이 가고도 남을 일이다.

 

그런데 공약 철회가 운운되는 이유들을 보면 대부분 현재 재정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무시한 데 기인하는 것이 크며, 또한 특히 지방선거의 경우는 지자체가 현실적으로 실정법상 각종 제약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지를 앞세워 공약을 제시함으로써 부딪치는 갈등에 기인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오히려 사전에 공약을 할 때에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일정한 제한을 가함으로써 공약 철회의 합리적 가능성을 배제시키는 것이 공약과 그 실천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우리 사회를 한층 더 성숙시켜 가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아니할까? 가령 예를 들어 재정여건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후보등록이 된 경우에는 정보 접근권을 확대해 준다든지, 법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 차원에서 법률자문단을 운영한다든지 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이러한 방법들은 후보자들의 합리적 선거운동을 유인해 지방재정 운영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제고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무릇 다시금 정치의 계절이다. 지방재정은 이와 같은 정치적 과정을 거쳐 그 담당주체가 결정되게 돼 있다. 그래서 정치가들은 그러한 정치적 과정을 거쳐 득표 수 극대화에 몰두하게 되는 성향을 갖고 있다. 한편 유권자들은 조직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내거는 공약에 의지하는 경향이 커지기 마련이다. 정치적 과정에서 당면하는 정치가들과 유권자들의 이러한 비대칭적 행동성향이 어우러지면 지자체장들이나 지방의회로 하여금 공약 남발을 통한 재정운영의 불건전성을 만들어 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커지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해 보면, 선거행위가 후보자들이나 주민들에게 방만한 재정행위의 유인을 주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통한 견제장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긴요해 보인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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