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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국가개조의 성공조건

박정수<이화여대 교수>

이제는 더이상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국민 분노의 에너지를 모아 이를 실천동력으로 해서 대한민국을 진정한 선진국으로 전환하는데 지혜를 보태야 할 시점이다. 아직도 실종자 문제 해결이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세월호 참사와 수습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해운업계의 무책임과 비도덕성, 그리고 정부 능력의 한계를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특히 사회가 양극화되고 100만명이 넘는 청년실업(취업을 포기하거나 취업에 실패한 경우)과 1천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및 빈곤층의 좌절감과 냉소주의를 극복하는 과제는 쉽게 다뤄지지도 않겠지만 정부의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정부 역할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정부 기능과 능력에 대한 신뢰가 높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정부가 민간보다 더 공익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기에 정의롭다고 믿는다. 그래서 정부가 미래 산업과 차세대 먹거리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고, 특히 중소기업과 농업 등 산업과 기업을 보호해야 하며, 아이들의 교육과 보육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종국적으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에게 정부는 선한 조직이고 만능의 존재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탐욕스런 민간과 대별되는 정부도 실상은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정치인과 직업 관료로 구성된 조직이다. 여기서 우리는 선거와 직업에 주목해야 한다. 선거과정은 결국 한 나라의 보편적인 법치와 신뢰수준 그리고 사회적 자본의 축적수준을 반영하게 마련이고 직업인인 관료도 보통사람과 마찬가지로 가족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적 이익과 조직 이익이 있다. 조직이익의 문제는 집행부서와 예산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행태를 비교 관찰해 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집합적으로는 합리적 판단이 가능할 수 있지만 한 집행부서의 구성원으로서 예산 극대화 및 조직 극대화를 도모하려는 행태 또한 지극히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정치인들은 거창한 국익과 민생을 말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과 재선이라는 정치 생명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공무원들도 오너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 일을 하고 상대적으로 의미있는 공무를 수행하지만, 그들도 개인적으로는 승진과 보직 그리고 퇴직 이후의 생활에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는 월급쟁이들이다. 연금개혁이나 공무원시스템 개혁이 어려운 이유를 바로 여기서 찾아야 한다.

 

자, 이러한 속살을 인정하고 국가개조와 정부개혁을 접근하게 되면 지금과 조금은 다른 이야기가 돼야 하지 않을까. 민간은 사익을 추구하므로 규제의 대상이 돼야 하고 정부는 공익을 추구하므로 보다 넓은 영역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단순한 사고가 결국 오늘날의 정부 실패와 엄청난 국민 부담을 갖고 온 것이다. 정부와 민간의 경계는 시대의 흐름과 기술의 발전 그리고 일하는 방식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해야 한다. 국가 개조나 정부 개혁과 같은 거대한 담론도 결국은 대한민국의 현장분위기로부터 바뀌어야 한다. 민간이 큰 시장을 찾아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제도나 시스템이 있으면 이를 수요자의 입장에서 포지티브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 무엇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어떠한 경우는 할 수 없다는 방식으로 규제를 접근하고 이에 해당되지 않은 경우는 자유롭게 경제행위를 할 수 있도록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좋은 법과 규제란 지켜지는 것을 전제하므로 정해진 조건은 반드시 순응을 확보하기 위해 엄정한 집행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 잘하는 정부가 요구된다. 인사혁신처가 생기고 이 곳에서 정부개혁을 주도하고 공직사회 개혁, 공공기관 개혁으로부터 국가 개조를 시작하려고 한다. 국가 개조는 국민의 동참과 자발적 순응을 기반으로 해야 지속가능성과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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