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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0. (토)

어느 축구인의 구차한 세금핑계

안창남 <강남대 교수>

네덜란드 출신 축구 감독인 판 마르베이크가 한국에 오려고 했으나 취소된 모양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한국체류기간과 세금 때문이라고 한다. 외국인이니까 국가대표팀 축구 경기가 없는 기간은 가족과 친척이 있는 곳에서 쉬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세금 때문이라고 하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잘 알려졌다시피 대한축구협회가 제시한 그의 연봉이 20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에 대해 그가 한국에서 부담할 세율은 소득세 38%와 주민세 3.8%를 더한 약 42% 정도다. 그러면 8억원 정도 세금을 낸다.

 

그런데 그가 세금 때문에 한국에 오지 못한다고 한다. 정말일까? 자칫 한국이 외국인에 대해 차별해 무리하게 과세하는 국가로 오해받을까 염려스럽다. 오히려 정반대다. 고액 소득자나 부자에 대해 감세를 너무 많이 해줘서 문제가 되는 나라다.

 

그는 네덜란드 밖에서 생활을 많이 한 터라,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설사 한국에서 8억원 세금을 납부했다고 하더라도, 네덜란드에서는 그 금액을 다 공제받기 때문에 억울한 구석이 별로 없다고 본다. 세법상 그는 네덜란드 거주자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받은 20억원에 대해 (한국과는 별도로) 네덜란드에서 52%로 과세된다. 약 10억원 정도다. 그러나 이중과세 방지를 위해 한국에서 납부한 8억원은 한‧네덜란드 조세조약상 네덜란드에서 공제해 준다. 그러면 그가 한국에서 납부한 8억원에 대해 억울해 할 것도 없다.

 

결국 그는 세금내고 난 뒤의 연봉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한국에 가지 않겠다는 얘기다. 유명 스포츠인이나 연예인들은 젊었을 때 반짝 벌어서 평생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세금에 민감한 점은 이해한다.

 

심지어 그들은 스타컴퍼니(Star Company)를 모나코나 스위스 등 조세피난처에 만들거나, 아예 이들 나라로 거주지를 옮기는 절세전략도 서슴지 않는다. 특히 벨기에는 네덜란드와는 달리 해외소득에 대해 5% 정도만 과세한다. 네덜란드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래서 유럽의 유명 스포츠인들이 조세피난처로 그들의 거처를 옮긴다. 투기 자본인 론스타가 이 점을 이용해서 벨기에에 서류상 회사(Paper Company)를 만들어서 한국에 투자했다. 같은 네덜란드 출신인 거스 히딩크 감독도 이를 이용했으나 서류상만 벨기에 거주자이고 실제(substance)는 네덜란드 거주자임이 세무조사를 통해 밝혀져 크게 곤욕을 치룬 바가 있다.

 

만일 판 마르베이크의 세법상 주소지가 벨기에에 있다면, 20억원 중 5%인 1억원만 벨기에에 납부하면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8억원을 이미 납부했으므로 벨기에에서는 세금을 낼 게 없다. 그렇다고 해서 벨기에가 한국에서 납부한 세금 8억원 중 벨기에 납부액 1억원을 공제한 7억원을 돌려줄 이유는 만무할 것이다. 즉 그의 Tax Planning 효과가 거의 없게 된다. 따라서 공제받지 못한 7억원을 보전해 달라는 요구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세금과 관련한 것은 위 사항이 대부분일 것이다. 결국 돈을 더 달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그가 한국에 오고 안 오고는 그의 자유다. 하지만 한국의 세금제도를 핑계삼는 것은 치사한 짓이다.

 

마침 우리나라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겸손하고 낮은 자세가 자본주의에 찌들어 있는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사람은 각자 능력이 다른 법이다.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많은 수익을 얻되, 탈세하지 않고 정직하게 세금을 내야만 유지되는 사회가 자본주의다. 이를 거슬려가면서까지 유명 축구인을 모실 이유는 없다고 본다. 한국 축구가 부족한 것은 축구기술이 아니라 축구정신이기 때문이다. 정신이 올바른 사람이 와야 한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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