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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0. (토)

法制의 一般原理에 符合되는 稅法을…

김면규 <세무사>

헌법은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조세법률주의’를 천명해 조세법의 法源을 마련하고 조세법 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조세법도 그 제정과 적용에 있어서 법령 제정의 일반적 원리에 符合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왜냐하면 모든 법은 사회의 共同 善을 위해 객관성과 타당성을 그 내재적 가치로 지니면서 도덕 관습 필요성 등 합리적 가치 요소들을 반영해 정당한 방법으로 제정하는 강제적 사회생활 규칙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조세법이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즉 법률의 제정원리와 논리, 이른바 法理에 합당한 세법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조세법의 특징 가운데 부정적 특징을 든다면 풀어쓰기 어려운 법, 즉 難解한 법률이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그 원인은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세법이 경제관련 법규이기 때문에 경제현실의 극심한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현상이고, 둘째는 지나치게 빈번한 제정과 개정을 반복하다 보니 국민들이 이에 맞춰 세법을 수렴하고 이해하기에는 능력의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으며, 셋째 이러한 현상으로 나타난 결과는 법률의 논리성을 상실해 몇 줄의 字句에만 매달려 법 해석과 적용의 일관성을 잃어버리게 됐다는 것이다.
필자가 하나의 이야기를 실례로 들고자 한다. 필자는 1982년도에 남들이 안 쓰는, 그리고 많이 팔리지도 않는 책을 펴냈다. 한국세정신문사가 출판해 준 ‘조세감면규제법 해설’인데 지금은 ‘조세특례제한법’으로 이름을 바꿔 쓰고 있는 법률이다. 이 책을 들고 자랑삼아 필자가 존경하는 대법관(李成烈)을 찾아갔다. 그 대법관이 필자에게 던지는 첫 마디가 “세법은 매우 어렵다”고 전제하고 그 기본논리가 어렵다기 보다는 법령 체계가 일관성이 없어서 實定法 條項을 찾아내는 일마저 힘들고 찾아낸다 해도 어떤 규정은 본문에는 살아 있는데 부칙 어느 대목을 보면 그 효력은 이미 죽어 있고 또 어떤 규정은 본문에는 이미 규정돼 있는데 아직 시행을 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고 괄호 속에 들어간 문장은 어느 경우는 본문의 뜻에 포함된다고 하고 또 어느 경우는 본문의 뜻에서 제외된다고 하는 등 법령체계가 거의 난맥상을 이루고 있는데 만일 이 법령을 잘못 보아 적용을 그르친 판결이 나왔다면 대법관이 무식하다고 하지 법령이 어려워서 그렇게 됐다고 변명해 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을 해 왔다. 그래서 세법에 대한 판결을 하고 나면 뒤가 항시 불안하다고 실토하는 얘기를 듣고 온 것이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의 일인데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느낌마저 든다.
몬테스큐는 그의 유명한 著書인 ‘法의 精神’에서 ‘법이 마지막(終局)으로 닿는 곳은 민생의 아픔이요, 절규다’라고 했다. 따라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이므로 입법자의 정신은 절제에 있다’고 했다.(제29편) 그러므로 조세법을 제정함에 있어서도 법규의 이 한 대목이 어떤 국민에게 어떤 아픔을 안겨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절제된 정신에서 벗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독일의 법률학 방법론과 법 이론은 현실적 법치와 실질적 법치론이 대립된 상황에서 현실적 법치론이 머리를 들고 나오면서 이른바 나치의 ‘악법도 법이다’라는 형식적 법치로 인해 독일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고 간 역사를 간과해서는 안되는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실질이 존중되는 사회, 실질이 우선되는 세법으로 바뀌어야 할 命題를 안고 있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부가가치세법 등은 형식적 법규에 치우쳐 있음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국민들에게 세법을 알리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적 배려도 부족하다.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모든 법령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공포한 날로부터 20일이 경과하면 효력이 발생한다’고 했다. 특히 국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와 직접 관련되는 법령은 공포한 날로부터 30일이 경과해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했다. 따라서 특별한 규정을 둔 법령은 그 특별규정에 따르는 것이므로 형식적 법치론에 따른다면 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세법은 주로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이므로 그 시행에 앞서 최소한의 熟廬(숙려)기간을 주는 것이 법령 공포에 관한 법률의 취지에 합당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세법 개정 행태를 보면 12월31일 등 연도말에 공포하면서 다음 연도 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특별규정의 못을 박아버린다. 이 또한 국민의 아픔을 헤아려 보는 일인가?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필자는 本紙(2014.5.19)를 통해 조선시대 세종대왕은 1430년 새로운 세법인 貢法의 시행을 앞두고 납세자들이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법률이니 백성들에게 贊反을 묻자는 이른바 현대식 국민투표방법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이는 몬테스큐가 말한 절제의 정신에 못지 않는 愛民사상으로 받아드리고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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