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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0. (토)

-2015년 예산안 감상법-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정부의 376조원 총지출, 570.1조원 국가채무를 골격으로 한 2015년도 예산안과 2014∼2018년 국가재정 운영계획이 발표됐고 이제 국회가 예산 심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올해 예산 심의도 그리 심도있게 이뤄지지 못할 전망이다. 국감에 이어 결산심사도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예산 심의를 진행해야 하고 이마저도 충실하기 어려운 정치환경이다. 특히 올해는 개정된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헌법이 정한 예산 심의 종료기한(12월2일)을 준수해야 한다.

여야가 함께 머리를 싸매고 거시경제기조와 지표는 적절한지, 부문별 예산의 배분은 적정한지, 지속 가능한 재정 운영의 틀은 유지되는지, 재정  낭비가 예상되는 사업은 없는지 등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를 진행하기에 11월 한달간의 기간은 너무 짧다.

국회에 예산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설치돼 있지만 상임위와 중복된 예결위 중심의 개별사업 위주 예산 심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상시 국감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상시 예산 심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봄에 거시총량, 가을에 미시 사업예산을 나눠 심의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5년 예산안을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확장적 예산으로 설명하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부진한 대내외 환경을 감안해 경제 활성화, 계속되는 사고를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사회 구현, 그리고 복지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서민생활 안정 등을 함께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최근 세입여건 악화를 반영해 기존 국가재정 운용계획의 지표(6.2%)보다 감소한 3.6% 세입 증가를 전망하고 있으나 올해 세수 결손을 감안하면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여전히 현실과 괴리된 전망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경제성장률 전망을 수정하면서 2014년은 1.2%p 낮추면서 2015년 이후는 0.5%p만 낮춰잡고 있는 부분도 점검이 필요하다.

정부가 2018년까지 국가 부채비율을 2017년 수준보다 낮은 36.3%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도 의문이다. 기존 복지제도만 유지해도 재정부담이 상당한 현실에서 공약가계부에 반영된 복지과제를 증세없이 확대하면서 부채 비율까지 유지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참고로 2010-2014 국가재정 운용계획상 2014년 국가채무 비중은 31.8%였는데 반해 2014-2018계획에서의 동 수치는 35.1%로 늘어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될 수 있으므로 재정수지를 중장기적으로 균형 또는 흑자로 유지해야 하며 국가채무도 적정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 정부가 2010∼2014 국가재정 운용계획을 수립하면서 암묵적으로 도입한 재정수지 균형을 회복할 때까지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2∼3%p 낮게 유지함으로써 2014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것이었다. 2013년 정부가 교체되고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저조하자 2013년 추가 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시행했고 균형재정 목표달성 연도를 2017년으로 연기했으며 2014∼2018 국가재정 운용계획에서는 다시 중장기 확대균형으로 재정기조를 전환했다.

따라서 신축적 재정운용 보완이 필요한 우리의 재정상태를 고려할 때 균형재정수지준칙과 채무준칙 두 종류의 재정준칙(fiscal rule)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성 채무를 포함한 포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통령 임기 5년의 중기 계획으로 양 준칙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바 국회의 역할이 강조돼야 한다. 독립된 재정위원회의 설치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신축성을 부여하면서 적절한 법제화를 신중히 검토해야 할 때다.

2014년 대규모 세입결손 예측이 현실화되면서 연속 3년간 세금 징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를 반영한 것임과 동시에 기존의 재정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1998년 외환위기를 맞아 김대중 정부에서 노동, 공공, 금융, 기업영역에서 과거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가계부에 필요한 130조원 추가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80조원 세출구조 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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