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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4. (일)

-국가직 세무공무원 채용방식의 전환이…-

안창남(강남대 교수)

현재 국가직 세무공무원 중 실무담당은 9급과 7급으로 구성돼 있는데, 9급의 경우 고교 졸업자들의 합격이 가능토록 하기 위해 시험과목이 대폭 고교 수업과 연관돼 있다.
시험과목을 보면 필수과목으로 국어, 영어, 한국사가 있고, 선택과목으로 세법개론, 회계학, 사회, 과학, 수학, 행정학 개론 6개 과목 중 2개 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이 제도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고교졸업생이 9급 세무직에 많이 합격하도록 하기 위해 제도를 변경한 결과다. 이와 같은 취지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9급 세무직에 합격한 자 중 최종학력이 고교 졸업자는 거의 없다.

그리고 합격자 대부분은 과세관청에서 가장 필요한 세법과 회계학을 선택과목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고 사회, 과학, 수학, 행정학 개론 등을 선택하는 자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그 이유는 원점수와 표준점수의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지만, 어찌 됐든 세무사 자격을 가진 자가 응시할 경우도 세법과 회계학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합격에 유리하다고 하니 뭔가 잘못된 것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과세관청의 업무수행에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라면 이 피해는 고스란히 납세자나 국가는 물론 본인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무엇을 물어봐도 잘 모르고 업무가 잘 진행되지 못해서 납세자는 짜증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업무를 잘 이해하지 못하니 세무공무원 본인에게도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들이 부과한 세금에 대해 소송에서 국가가 패소할 경우 그 부담은 국가에게도 미친다. 그리고 다국적기업이나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능력이 떨어진다면 세무공무원 존재 자체가 위협당할 수 있다.

한편, 평생직장 개념이 희박한 요즘은 공무원에 합격했다 하더라도 다른 조건이 좋은 직장이 생기면 종전보다 쉽사리 이직도 한다.
그 반대로 국세청의 업무가 본인 적성에 맞으면 9급이든 직급에 상관없이 국세청에 들어오고 있다. 최근 공인회계사나 세무사 합격자들이 심심치 않게 9급 시험에 합격한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9급 합격자 모두 30년 뒤에 세무서장이나 그 이상 직급으로 승진하겠다는 야망을 가진 자도 종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고 본다.

따라서 세무공무원 응시자의 목적이나 과세관청 필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세무공무원 채용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국세청의 업무를 세분화해 거기에 능력이 있는 자들을 뽑자는 것이다.

과세관청의 업무는 크게 <세무조사> 분야와 <세무관리> 분야로 구분된다. 여기에 특수직으로 <소송>분야와 <국제조세> 분야를 구별할 수 있다. 여기에 맞는 자가 선발되도록 시험과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현재 9급 세무공무원의 선택과목 중 세법이나 회계학을 선택하지 아니한 자는 세무조사 분야 보다 세무관리 분야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러면 9급 세무직에 고교 졸업자가 응시하여 합격하도록 하는 당초 취지나 이들이 근무하게 될 과세관청 역시 모두 만족할 수 있다고 본다. 주로 과세관청 내부에서 신고서 접수, 전산처리, 체납처분 등의 업무를 하면 될 것이다.

반면, 세무조사 분야는 전문성이 담보돼야 한다. 적어도 세무사나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지닌 자들로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들이 세무조사 현장에 만나는 대부분의 기업은 세무사나 공인회계사 뿐 만 아니라 로펌의 도움을 받고 있다.

실력 없이는 세무조사 성과도 없는 법이다. 이들 기업을 세무조사 하는데 세법이나 회계학을 배워가면서 하는 인력으로 세무조사팀이 꾸려진다면 이같이 비효율적인 인력관리가 어디 있을까.

요즘 세무사시험 및 공인회계사시험 합격자가 넘쳐나고 있어서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세무사나 공인회계사 합격자 중에서 과세관청의 목적에 맞는 자를 선발할 수 있도록 세무조사직을 별도로 신설하고 시험과목이나 채용방식도 달리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과세관청의 입맛에 맞는 자들이 외부에 수두룩한데, 시험과목과 채용방식 때문에 이들을 놓치고 ‘엉뚱한’ 자를 선발할 수밖에 없다면 이와 같은 제도야말로 청산돼야 될  적폐가 아닌가 한다.

국제조세 전문분야는 세법과 회계학 지식은 물론 외국어가 어느 정도 돼야 한다. 영어 사전을 찾아가면서 언제 세무조사를 하겠는가.
따라서 이들 분야는 세무조사 능력이 있는 세무사나 공인회계가 합격자 중 외국어 능력이 있는 자 위주로 선발되도록 채용방식을 변경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형 로펌 또는 회계법인에 ‘맞서 싸워서’ 일정한 세무조사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납세자 권리 보호 및 소송분야는 법률적 지식이 필요한 분야다. 이 분야는 로스쿨 졸업생들이나 이와 유사한 자격을 가진 자들이 선발돼야 한다.

그리고 설사 세무관리 분야로 채용됐다 해도 일정한 자격요건(임용 후 세무사 자격 취득이나 교육 요건 이수 등)을 충족하면  세무조사 분야 등 다른 분야로 보직변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 반대로 세무조사직으로 채용됐지만 성과가 저조한 경우에는 세무관리직으로 변경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조직원 사이에 긴장도 있고 도전의식도 생기는 법이다. 프랑스 세무공무원 임용제도가 바로 그렇다. 현재와 같은 천편일률적인 채용은 당사자는 물론 납세자나 국가에게 모두 손해가 되는 제도라고 본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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