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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5. (월)

세무 · 회계 · 관세사

원경희 세무사회장 취임 100일...부지불식간 지나고, 이제 험난한 '본게임'

 

원경희 세무사회장

 

취임 100일이 부지불식간에 지나갔다. 취임 100일 사이 세무사법 정부개정안이 나와 세무사계를 뒤흔들었다. 모든 세무대리업무를 변호사에게 허용할 것이라는 대형 폭탄이었다.

 

지난 7월1일 취임한 원경희 한국세무사회장의 취임 100일은 세무사법에만 얽매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과 넉 달 전 그는 "변호사가 기장대행 등 세무사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세무사법을 개정하겠다"고 1호 공약을 내며 한국세무사회장에 당선됐다.

 

당선과 함께 새 집행부를 꾸린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정부 세무사법 개정안이 나왔는데, 실무교육을 조건으로 변호사에게 모든 세무대리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세무사들의 고유 업무인줄 알았던 회계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 업무까지 허용한다는 내용이어서 세무사들의 큰 반발을 샀다.

 

9월9일은 세무사제도 창설 58주년으로 세무사들에게 상징적인 날이다. 원 회장은 이날에 맞춰 집행부 출범식을 갖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세무사법 개악안'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도 이날 열었다. 본회를 시작으로 7개 지방세무사회도 각각 추계회원세미나를 열어 회원 단합과 '세무사법 개악안' 반대 결의대회를 이어가며 힘을 보탰다. 

 

이 기간 원 회장은 7개 지방회장과 따로 만나 지방회별 현안을 듣고, 세무사법 개정안 처리에 최대한 협력할 것을 주문하며 이들을 격려했다.  

 

외곽에서는 한국세무사고시회가 서울역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어 세무사법 개정안 내용의 부당함을 일반 국민들에게 알리는 등 측면 지원했다. 고시회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도 이어갔다. 

 

원 회장은 세무사들의 이같은 지원을 등에 업고 변호사에게 허용하는 세무대리업무에서 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은 뺄 것을 기재부 측에 강력 요구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자, 의원입법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경우의 수에 따라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갖고 있으며, 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을 변호사에게 허용하는 업무에서 빼지 않으면 의원입법으로 갈 것"이라고 여러 차례 예고했었다. 의원입법으로 방향을 튼 후, 기재위 여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의 대표발의로 세무사들이 원하는 개정안이 드디어 나왔다.

 

그러나 막강 변호사들이 가만있을 리 만무했다.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 어느 정도 예견되기는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변호사들에게 유리한 이철희 의원의 개정안이 나와 김정우 의원안과 맞서게 됐다.

 

원 회장은 한편으론 민심 수습에도 나섰다. 선거로 갈라진 민심을 회복시키기 위해 회원들이 모이는 자리는 빠지지 않고 얼굴을 내비쳤다. 9~10월에 걸쳐 지방세무사회들이 추계회원세미나를 열자 빠짐없이 방문해 세무사들과 함께 결의대회를 가지며 단합을 주문했다. 9월26일엔 3개 지방회의 세미나가 겹쳤다. 서울.중부.부산지방세무사회가 강원도 고성, 강원도 횡성, 부산에서 각각 세미나를 갖게 됐는데, 원 회장은 서울→부산→고성→횡성→서울로 무려 1100여㎞를 승용차로 이동하며 회원들의 손을 맞잡았다.

 

그곳에서 원 회장은 "취임 이후 지금껏 어떻게 하면 세무사회원들이 잘살고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세무사회가 발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세무사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기도 했다.

 

취임 후 자신의 사무실에 단 한 번도 가지 않을 정도로 바삐 움직이고 있지만 원 회장에게 앞으로의 '본게임'은 더욱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들을 넘어서야 하고, 기재위에서 그리고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법사위에서 의원들과 또는 변호사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김정우 의원안-이철희 의원안'의 내용을 보더라도 변호사에게 허용하려는 세무대리업무의 범위와 실무교육 여부가 각기 달라 험난한 법안심사과정을 거칠 것으로 관측된다.

 

주로 국회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 회장의 활동 반경은 현재 베일에 가려있다. 전략 노출을 않겠다는 계산이다.

 

이와 관련 세무사회 한 관계자는 "회장께서 최근 세무사제도개선추진 특별 TF팀을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시켰는데, 이것은 본격적으로 관련업무를 진행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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