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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광화문광장 차도 절반 줄일 것...광장은 광장답게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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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순방기자단 간담회...市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추진 청와대 중심 교통·도로체계가 지금의 기형구조 만들어 청와대 국민과 격리된 위치 안돼...다우닝가10번지처럼 집무실이라도 옮겨야 5월 시민토론회 열어 공감대 형성...8월 마스터플랜 수립

【런던=뉴시스】손대선 기자 = 광화문광장 양쪽 차도를 현재보다 절반이하로 축소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009년 조성 이후 '거대한 중앙분리대'라는 혹평을 듣다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를 계기로 민심의 광장으로 자리 잡은 광화문 광장을 온전한 보행친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도시외교 강화를 위해 유럽 3개 도시를 순방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세인트 제임스 코트 타지 호텔 인근 식당에서 동행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추진' 계획을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서두부터 5월9일 대통령선거를 통해 새로 구성되는 정부를 겨냥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시장은 "현재의 광화문광장은 시민보다 청와대, 즉 국가권력의 상징 공간과도 같다. 이 때문에 시민광장이라기 보다는 대통령의 앞마당, 행차길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중심의 도로·교통체계가 지금의 기형적인 구조의 광화문광장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세종로 광화문을 개조하는 것은 확실히 해야할 것"이라며 "지금은 광장이 광장답지 않으니 광장답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통섬과 같은 위치임에도 평화로운 촛불집회를 통해 시민광장으로 각인된 이곳을 시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박 시장은 재구조화와 관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일례로 "차선을 줄여서 현재 양쪽의 5차선을 3차선씩 줄이는 것이 광장답다는게 전문가들의 고민중의 하나"라고 전했다. 

박 시장은 이같은 계획의 추진을 위해서는 청와대부터 개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청와대를 개조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얼마나 전제적 국가 사회에 살고 있느냐. 일례로 단국대 앞 한남동쪽에는 횡단보도가 하나도 없다. 그게 청와대 때문이라고 하더라. 청와대(대통령)가 유사시 논스톱으로 갈 수 있도록 말이다. 서울의 여러 도로교통상황이 청와대 때문에 무너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를 지금 거기에 두는 것은 안 된다. 궁궐처럼 국민과 상당히 격리된 공간이어서는 안 된다. 장소는 고민해야겠지만 적어도 집무실을 다우닝가 10번지처럼 어딘가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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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뉴시스】손대선 기자 = 30일(현지시간)오스트리아 빈 공공주택 칼 마르크스 호프 둘러보고 있는 박원순 시장 (사진= 서울시 제공) sds1105@newsis.com
두번째 순방도시인 오스트리아 빈 시(市)가 70년대 1실링(오스트리아 화폐 최소단위)만 상징적으로 받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등 국제기구를 잇달아 유치해 마이스 도시로 급부상한 예를 들며 "우리도 청와대를 그런 용도로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대선 유력주자중 한명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청와대 집무실 이전 공약을 했던 것을 상기하며 "구체화시키면 얼마든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와함께 역사성 미흡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두번째 당위성으로 손꼽았다.

월대(月臺), 해태상 등 옛 광화문의 흔적을 담아내는 복원이 미흡해 역사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육조거리와 의정부는 시가 순차적 복원을 통해 원형에 가깝게 재현하겠지만 해태상 이전이나 월대 복원은 역사적 상징물로서 청와대와 협의해 원래의 모습을 회복해야한다고 전했다. 

그는 "광화문이 국가적 상징거리로 격(格)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왕이 있다지만 (서울은) 조선시대 정도전의 유교 정신 철학을 가진 유일한 도시다. 그 면모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그동안 각계각층이 두루 참여하는 광화문포럼이 6차례 모임을 통해 이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청와대가 개방적으로 생각해주면 완전히 새로운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차도를 모두 없애고 광화문 일대를 모두 광장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그럼 차량이 전부 지하로 가야하는데 이미 있는 지장물, 특히 지하철 때문에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5월중 대시민 토론회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8월까지는 광화문포럼 주관으로 광화문재구조화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어 9월에는 새 정부와 서울시 구성원이 두루 참여하는 TF를 구성한후 내년 3월 시가 국제현상설계공모를 내고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서울광장에서 장기농성중인 친박(친 박근혜) 단체의 이른바 '애국텐트' 강제철거 여부에 대해서는 "시 차원에서 당장 철거할 방법이 없다"면서도 "새로운 정부가 임박한 상태에서 지금까진 의사표현을 했으니 깨끗이 해서 시민에게 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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