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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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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억울합니다"…지적장애인 국민참여재판서 '무죄'

흉기를 들고 있는 상태에서 말다툼을 벌이던 상대의 얼굴에 상처를 낸 혐의로 기소된 지적장애인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2급 지적장애인 A(42)씨는 지난해 5월 13일 오후 8시께 전북 전주시 덕진동의 한 커피숍 앞에서 폐지를 줍던 중 자신에게 욕을 하던 B(52)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인근에서 있던 지인의 가게에서 식칼을 가지고 와 B씨에게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B씨는 볼 부위에 상처를 입었고, 안경테가 부러졌다.

B씨 일행의 신고로 현장에서 검거된 A씨는 결국 특수상해죄로 기소됐다.

A씨의 변호사는 "A씨가 식칼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B씨와 말다툼을 했고, B씨가 다친 것은 사실이나 A씨가 식칼을 휘두른 칼에 다친 것은 아니다"고 무죄를 주장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변호인은 법정에서 "복싱체육관 관장으로 건장한 체격인 B씨가 식칼을 빼앗은 뒤 오히려 A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며 "싸움을 말리면서 일행이 B씨와 함께 뒤엉켜 넘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안경이 부러지면서 긁힌 것으로 보인다"고 항변했다.

이어 "A씨가 선천성 뇌병변장애 때문에 언어능력과 행동능력이 저하돼 있고 손가락의 변형으로 물건을 제대로 잡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증거로 채택된 당시 사건 현장 인근에 있던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A씨가 B씨의 팔 부분에 칼을 가져다 대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하지만 얼굴에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을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B씨가 A씨의 식칼을 빼앗은 뒤 손과 발로 A씨를 여러차례 폭행하는 모습과 B씨가 폭행을 말리던 일행과 함께 넘어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목격자들도 A씨가 B씨의 얼굴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날 B씨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상해진단서 등을 제시했고 배심원들에게 직접 흉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A씨가 이 사건 전에도 행인들에게 흉기를 들고 찌를 듯한 행위를 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그러나 배심원 7명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B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증인 등의 진술을 근거로 평의 끝에 전원 일치로 무죄 평결했다. 

전주지법 제3형사부(강두례 부장판사)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지적장애인인 A씨가 수사기관에서 억울함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으나 참여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억울함을 배심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했다"며 "이에 법원도 배심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고 참여재판이 국민의 권익을 보장하는 데 매우 실효적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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