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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309명 사망… 비리백화점 대구시립희망원, 그 '시작과 끝'

"희망원은 이름만 '희망'이고 두 얼굴을 갖고 있어요. 장애인들에게 지옥과 같은 곳 입니다."

대구시립희망원(희망원)에서 5년 동안 생활해 온 지체장애인 A(64·여)씨는 25일 "생활관 안에서 여러 사람이 맞아 죽거나 자살하는 사례가 있었다. 당시의 일은 지금도 생각조차 하기 싫다"며 이같이 말했다.

희망원 내 신규 생활관에는 징벌방인 1.5평 크기의 독방을 운영해 10여명의 생활인들이 갇힌 채 짐승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야 했다.

전국 3위 규모의 대형 사회복지시설인 희망원은 대구시로부터 매년 90억여원의 예산을 지원받았고 4곳의 시설에는 노숙인과 장애인 등 1200여명이 집단 생활해 왔다. 

그러나 생활인 과다사망과 강제노동, (성)폭행, 부정선거, 문서파쇄, 생계비(부식비)횡령, 비자금 조성 등 추악한 이면이 드러났다.

◇6년간 309명 사망 

대구 희망원 사태는 2014년 일명 '쪽지사건'으로 불리는 익명의 내부고발자를 통해 실체가 드러났다. 

과거 이 곳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언어폭력을 비롯해 인격 모욕, 폭행, 갈취, 횡령 등 비리내용을 꼼꼼히 기록해 지역 시민단체 등에 전달했다.

이에 지역 42개 시민단체는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대책위원회(위원회)를 발족하고 천주교대구대교구에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천주교재단이 희망원을 위탁 운영하는 동안 희망원 내부서 사망한 사람들 상당수가 관리 부실이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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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배소영 기자 =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대구 중구 남산동 천주교대구대교구에서 각종 비리가 불거진 희망원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조환길 대주교와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2017.05.25. <이 사진은 2017년 5월 22일자 사진 자료임.> soso@newsis.com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 8월까지 총 309명이 사망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사망자 중 상당수가 직원들이 생활인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응급조치 조차 받지 못해 숨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병사로 처리된 201건을 확인한 결과 21건이 병사가 아닌 것으로 판단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국가인권위원회와 검찰 등이 특별감사에 들어갔고 위탁운영을 맡은 천주교대구대교구는 지난해 11월 희망원 운영권을 시에 반납했다. 

◇총체적인 비리 온상

대구 희망원의 각종 의혹과 비리가 알려지자 시민들은 분노와 함께 큰 충격에 빠졌다.

'희망원의 관리 소홀로 사망자가 늘었다',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도 있었다' 등의 제보와 '폭행 치사가 자연사로 조작됐다'는 증언도 줄을 이었다.

이에 정부도 뒤늦게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특별수사에 나섰고 비리 관계자 23명은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은 희망원 전 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 및 감금, 급식비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하는 한편 전·현직 임직원 18명과 달성군 공무원 2명 등 총 25명을 입건해 이중 7명을 구속기소하고 1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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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배소영 기자 = 인권유린과 횡령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진 대구시립희망원의 사건 일지다. 2017.05.25. soso@newsis.com
일련의 사태가 모두 대구시가 관리감독하고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운영 관리하는 복지시설에서 벌어진 일이다. 

◇대구희망원, 희망은 있나

지난해 10월 희망원 관계자 23명은 시설 관리소홀로 인한 사망 등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사표제출 의사를 밝혔다.

이에 교구와 대책위 양측은 지난 4월29일 이들에 대한 전원 사표수리를 완료하겠다는 내용의 서면을 작성했다. 

희망원 전 원장신부 등 12명의 사직서 처리는 완료됐지만 나머지 11명은 앞선 사표제출에 자의성이 없었다며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이에 대책위는 조환길 대주교에게 책임을 물으며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집단농성에 돌입, 24일 자정께 2명을 제외한 9명에 대한 사표처리 완료를 재약속 받았다. 결국 이들은 오는 31일 희망원을 떠난다.

은재식 대책위 위원장은 "희망원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범죄시설은 반드시 폐쇄되고 운영재단은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약자가 복지시설이 아닌 사회에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탈 시설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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