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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삼성 합병 발언 정신나간 말" 증언에 법정공방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한 것은 올바른 정책 판단이었다'라고 한 발언은 국제 소송 빌미까지 될 수 있다고 주진형(58)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지적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10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주 전 대표는 지난 1월 박 전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 발언을 두고 이 같이 밝혔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헤지펀드 공격으로 우리 나라 대표 기업이 공격을 받아 합병이 무산된다면 국가·경제적으로 큰 손해"라며 "저도 국민연금이 바로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국민연금도 그렇게 챙기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결정이든 간에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라고 말했다.

주 전 대표는 특검 조사 당시 "한 마디로 정말 정신나간 주장"이라며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국제 자본의 국내 시장 불신만 초래하고 향후 국제 소송 빌미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개입을 했다는 듯한 표현을 봐서 굉장히 문제가 많은 발언이라고 생각했다"며 "박 전 대통령 생각이 영향을 줬다는 뜻으로 이해될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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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최순실 씨가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대기실로 향하고 있다. 2017.05.29. photo@newsis.com
이어 "투자위원회가 결정했다는데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라고 얘기할 이유가 없다"며 "투자기관으로서 판단하는 것인데 정책 판단에 의한 영향을 시사하는 것처럼 들려서 위험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반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봤고 합병 안건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부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안건은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찬성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주 전 사장은 "전문위 위원에게 물어보니 청와대 뜻이라고 들었다고 해 굉장히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정부나 청와대 인사들이 반대급부로 얻을 수 있는게 뭐가 있을지 생각이 잘 안나 이상한 일이라고 여겼다"며 "언론을 보고서 삼성이 최씨와 정유라씨에게 한 거액의 승마지원, 각종 재단이나 단체에 대한 지원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삼성 측이 합병 반대 의견을 못 내도록 직·간접적으로 압박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2015년 6월 한화투자증권이 삼성 합병 관련 첫 번째 보고서를 발표하기 며칠 전, 금춘수(64) 한화그룹 부회장으로부터 합병에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쓰지 말도록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주 전 대표가 "부적절하다"며 거절한 뒤 보고서를 배포하자, 금 부회장은 그를 재차 불러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에게서 불평 전화를 들었다. 더이상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지시했다.

삼성 측에서도 주식의결권을 넘겨달라고 하는 등 직접적 압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주 전 대표가 2차 보고서를 배포하자 한화그룹 간부들에게 사임을 요구 받았고 이를 거부했지만 연임 불가를 통보해 결국 사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변호인은 주 전 대표의 진술은 개인 생각이자 추측성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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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3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05.29. photo@newsis.com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은 "청와대 뜻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누가 관여됐다고 들은 적 없지 않는가"라며 "승마 지원이 대통령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진술했는데 객관적 근거가 있냐"고 말했다.

이어 "당시 한화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증권사들은 합병에 긍정적 보고서를 작성했고 시장에서도 찬성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며 "보고서에 주 전 대표가 깊이 개입한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주 전 대표는 "삼성물산 합병에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는 게 부적절하다고 했을 뿐 개입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최씨 변호인도 "반대급부를 생각했다는데 주 전 대표 생각일 뿐"이라며 "특검에 나갈 때 방향성을 두고 맞춰서 진술하기로 결심한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이어 "주 전 대표는 최씨가 삼성물산 합병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직접 아는 것이 없다"며 "특검 진술을 보면 의견이나 생각이 많고 언론 보도로 알고 있다는 취지"라고 평가절하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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