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요? 입국했으니 법의 심판부터 받아야죠."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씨가 한국 땅을 밟는 모습을 바라보는 이화여대 학생들의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인천공항=뉴시스】임태훈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31일 인천광역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정 씨에게 '삼성뇌물 공모'와 '이화여대 입시·학사비리', '재산 밀반출' 등의 혐의를 모두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05.31. photo@newsis.com |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사태까지만 해도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의 사퇴 요구에 꿈쩍도 안 하던 최경희(55) 전 총장은 정씨가 입학, 학점, 출결 관리 등 학사 전반에 있어 온갖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지난해 10월19일 스스로 물러났다.
극심한 취업난 시대에 내몰린 자신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학점을 받으려 분투하고 있을 때 총장, 학장, 교수들이 한통속이 돼 '비선실세'의 딸 1명을 위한 특혜를 공모·실행했다는 정황은 이대생들에게 충격 그 이상이었다.
그만큼 정씨 특혜 파문은 일개 대학 비리라는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명 '흙수저' 학생 전체, 나아가 국민 전체를 분노케 한 대형 사건이었다.
최 전 총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이 무더기 구속된 지도 수개월이 지났지만 이대생들의 상처와 분노는 여전했다.
【인천공항=뉴시스】임태훈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31일 인천광역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검찰은 정 씨에게 '삼성뇌물 공모'와 '이화여대 입시·학사비리', '재산 밀반출' 등의 혐의를 모두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05.31. photo@newsis.com |
인문과학부에 다니는 이모(23)씨 역시 "살아온 배경이 나와 너무 달라서 사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같은 또래라고 해도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국에 들어왔으니까 수사 잘 받고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길 바란다"며 "이대 학벌이 뭐라고 그렇게까지 했는지, 이대 졸업장이 그렇게 중요했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고 덧붙였다.
자연과학부 3학년 박모(22)씨는 "오늘 취임한 김혜숙 총장님이 정유라에 대해 '한편으론 좀 딱하다. 앞으로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됐으면 한다'고 말한 인터뷰 기사를 봤다"며 "엄마뻘인 김 총장님은 그렇게 말할 수 있고 무슨 뜻인지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비슷한 나이의 학생으로서 솔직히 아직도 화가 안 가라앉는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정유라가 엄마의 욕심과 오만에 휘둘린 측면도 있긴 하지만 SNS에 '돈도 실력이야' 같은 글을 올린 걸 보면 별로 (최씨와) 다를 것도 없어 보인다"며 "한국에 들어와 법적 처벌을 받을지, 받으면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합당한 대가를 치른 후에 스스로 노력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인천공항=뉴시스】임태훈 기자 =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가 31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검찰은 정 씨에게 '삼성뇌물 공모'와 '이화여대 입시·학사비리', '재산 밀반출' 등의 혐의를 모두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05.31. photo@newsis.com |
덴마크 코펜하겐 국제공항을 출발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국적기인 대한항공 KE926편에 탑승한 정씨는 이날 오후 2시44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올해 1월1일 덴마크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구금된 지 151일 만이다.
정씨는 이대 '학사농단'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학교를 안 갔기 때문에 입학취소된 건 인정한다"며 "한번도 학교에 가고 싶어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씨가 입국 절차를 마치자마자 차량을 이용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