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3.29. (금)

기타

서울 노인학대 6년새 최대···10건 중 4건 '아들'

#1. 슬하에 3남2녀를 둔 김모(81)씨는 7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장남 명의의 전셋집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었다. 허리 통증은 있었지만 지팡이를 짚고 혼자 거동할 정도로 건강했고, 치매 증상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장남은 상의 없이 전셋집을 월세로 전환했고, 이 사실을 김씨에게 알리지 않았다. 김씨는 월세가 체납되고, 보증금까지 소진되면서 2015년 3월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 김씨는 당장 갈 곳을 잃었으나 5명의 자식들은 모두 연락을 받지 않았다.

 #2. 2013년부터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79)와 단둘이 살던 송모(49)씨는 2014년부터 어머니가 자식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증세가 심해지자 스트레스를 받았고, 어머니와 자주 다퉜다. 지난해 중순부터는 어머니의 머리와 얼굴을 수차례 때리기도 했다. 송씨는 지난해 7월7일 새벽 속옷에 용변을 본 어머니를 씻긴 후 옷을 갈아입히던 중 어머니가 이를 거부하자 주먹으로 어머니를 수차례 때리고 방치했다. 어머니는 두부 손상에 의한 경막하출혈 등으로 몇 시간 뒤 숨졌다.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노인학대가 최근 6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건수 10건 중 4건은 가족인 '아들'에 의한 학대였다.

 14일 서울시 남부·북부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건수 중 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총 490건으로 2011년 478건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노인학대 피해건수는 2012년 409건으로 크게 떨어졌다가 2013년 428건, 2014년 420건, 2015년 403건으로 주춤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지난해 급격하게 증가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피해노인의 41.2%는 70~79세(202명)였다. 이어 80~89세 180명(36.7%), 60~69세 79명(16.1%), 90세 이상 27명(5.6%), 60세 미만 2명(0.4%)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 306명(62.4%), 남성 184명(37.6%)이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 학대 대상이 되는 데다 평균 수명이 더 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인학대 490건에 대한 학대행위자 532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가해자가 아들인 경우가 212건으로 39.8%를 차지했다. 피해건수 10건 중 4건은 아들에 의한 학대라는 얘기다.

 가해자가 배우자이거나 딸인 경우도 각각 113명(21.2%), 92명(17.3%)이었다. 며느리 18명(3.4%), 손자녀 13명(2.4%), 사위 5명(0.9%), 친척 1명(0.2%) 등으로 친족에 의한 학대(454명)가 85.3%에 달했다. 나머지는 기관 44명(8.3%) 등이었다. 

 학대유형(중복유형)을 살펴보면 비난이나 모욕, 위협 등의 정서적 학대가 995건으로 46.3%를 차지했다. 폭력 등 물리적인 힘을 이용하는 신체적 학대도 749건(34.9%)이나 됐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서울시 기준. 자료:서울시 노인보호전문기관
  이 밖에 부양의무자로서 책임을 거부하는 방임 180건(8.4%), 노인으로부터 재산을 빼앗는 경제적 학대 156건(7.3%), 부양의무자가 노인을 버리는 유기 18건(0.8%),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성적 학대 15건(0.7%) 등이었다.

 서울시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신고되지 않은 경우를 감안했을 때 노인학대 피해건수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3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인의 13.8%가 학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2015년 기준 노인인구 1000명당 신고율은 1.8%에 그쳐 사실상 많은 수치가 은폐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미정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사무국장은 "(노인학대 신고율이 낮은 이유는) 노인 본인들이 학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정의 문제인 만큼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참고 넘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더 이상 참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노인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주민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며 "가해자에 대해서는 처벌도 중요하지만 부모인 노인들이 원치 않는 만큼 상담과 치료 등을 통한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매년 6월15일은 UN이 정한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이다. 우리나라도 노인 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올해 처음 6월15일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