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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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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구하기' 청원까지 올라왔지만…사퇴 여론 고조

 과거의 여성 비하 발언과 왜곡된 성(性) 의식으로 물의를 일으킨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거취를 둘러싼 논쟁이 인터넷 상에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팟 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패널 김용민씨는 지난 21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탁 행정관에 대해 청와대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5050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가장 많은 51%가 '부적절한 발언이나 사과했으니 기회를 줘야 한다'고 응답했고, '해당 발언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30%에 달했다. 반면 '해임하는 선에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17%, '해임은 당연하고 문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2%에 그쳤다.
 
 그런데 한 트위터 이용자(rainygirl)가 김용민씨가 진행한 설문조사를 자신의 트위터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진행하자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25일 오후 7100명 이상 참여한 투표에서 탁 행정관 해임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한 네티즌이 45%로 가장 많았고, 해임만 요구한 응답도 43%에 달했다. 반면 부적절한 발언이나 사과했으니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응답은 9%, 발언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3%였다. 

 다른 몇몇 유명 인사들도 SNS를 통해 탁 행정관을 두둔했지만 전반적인 온라인 여론의 기류는 이와 큰 차이가 있다.

 SNS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트위터에 "탁현민씨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지금이라도 수사해서 처벌해야 한다"며 "하지만 책에 어떤 내용을 썼다는 것만으로 10년 후 해고 사유가 된다면 이 시대 젊은이들에겐 그게 더 무거운 족쇄일 것"이라고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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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탁현민 행정관 발언에 관한 청와대 조치 설문조사. .(출처: 'rainygirl' 계정 트위터) 2017.06.25

 이에 대해 네티즌들의 숱한 반론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비평객 'MC 워너비'는 "탁현민 같은 중년 유명인-관료를 지키려고 '이 시대 젊은이'들의 '아픔'을 들먹이고, 탁현민의 저술이 용납받는다면 '이 시대 젊은 여성'들의 삶이 위협받는단 사실을 외면하며 젊은이를 곧 남성과 동일시"라고 비판했다. 

 개그우먼 김미화씨와 배우 문성근씨도 탁 행정관을 직·간접적으로 응원하다 상당한 역풍을 맞은 바 있다.

 김씨는 "십년 전에 쓴 책 내용이 '여혐' 아니냐며 비난 받는 탁현민씨. 출간 이후 그가 여성들을 위해 여성재단, 여성단체연합의 행사 기획연출로 기여해온 사실을 홍보대사로서 봐온 나로서는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그에게 십년 전 일로 회초리를 들었다면 이후 십년도 냉정하게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옹호했다.

 문씨는 "탁현민이 수고 많다"고 격려한 뒤 "국가 기념일 행사에 감동하는 이들이 많은 건 물론 문 대통령님의 인품 덕이지만, '공연 기획·연출가'의 말랑말랑한 뇌가 기여한 점도 인정해야 한다. 그가 흔들리지 않고 잘 활동하도록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많은 네티즌들이 반발했는데, 가령 한 트위터 유저는 "자기들이 밀어주면 다 되는 건가? 뭘 저렇게 덮어주고 밀어주고 끌어주는지 꼴볼견"이라고 지적했다.

 본인 저서를 통해 드러난 탁 행정관의 여성에 대한 시각과 태도 등이 도저히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천박한 수준이라며 공직자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평가가 인터넷상에서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한 네티즌은 "이쯤했으면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다른 네티즌은 탁 행정관의 저서에 대해 "문학으로 알고 썼겠지만 수필집이 아니라 음담패설집"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정말 사과한다면 자진 사퇴로 그 진정성을 보이라"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탁 행정관의 언행은 양성평등과 인권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 기조에 전혀 부합하지 않으며 나아가 심각한 생채기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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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남자가 봐도 비틀어진 사고를 가지고 있다. 경질하는 것이 국정을 위해서도 마땅하다", "(탁 행정관을 경질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 발목을 계속 잡게될 것" 등 퇴진을 요구하는 글들이 SNS에 쇄도하는 실정이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1만명 서명을 목표로 지난 22일부터 '탁현민 님 구하기' 청원이 진행 중이지만, 25일 오후 6시 현재 청원에 서명한 네티즌은 142명에 불과할 만큼 반응이 싸늘하다.

 앞서 탁 행정관은 자신의 저서 '남자마음설명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여성 비하적이거나 저속한 성적 표현을 써 논란을 일으켰다.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서 테러 당하는 기분", "콘돔 사용하는 여성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임신한 선생님들이 섹시했다" 등 문제적 인식을 다수 드러냈다.

 지난 2012년 4월 트위터에 남긴 글도 새삼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19대 총선에 출마했던 김용민씨가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을 '강간해서 죽이자'고 말한 데 대해 탁 행정관은 "그가 한 말이 성희롱이라면 전두환을 살인마라고 하는 것은 노인 학대", "김용민의 발언은 집회하다 교통신호를 어긴 것쯤 된다"고 옹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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