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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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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 박철 前총장 헌법소원…"횡령죄 대법 판결 취소해달라"

교내 분쟁으로 인한 소송 비용을 교비로 충당해 유죄를 선고 받은 한국외대 박철(68) 전 총장이 "대법원 확정 판결을 취소해 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총장이 법원 판단 자체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이른바 '재판소원'의 허용 범위를 확대 적용할 것을 청구한 가운데 헌법재판소에서는 이를 심리하기로 결정,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법조계와 교육계에 따르면 박 전 총장은 지난달 14일 헌법재판소에 '본인의 횡령죄 확정 판결을 취소'하고 '법원 판결에 대한 헌재 심리가 보다 폭넓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대학에 납부된 등록금 등으로 충당되는 교비회계의 운용은 총장의 고유한 학사행정권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박 전 총장이 교내 분쟁으로 인한 법률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충당한 것을 위법하다고 본 법원 판결이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취지다.

 아울러 소송비를 교비회계에서 충당하는 것에 대한 법령 해석이 불분명하고 교육부의 유권적 입장에 따라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던 상황이며, 박 전 총장이 위법하다는 인식이 없었음에도 법원이 고의성을 기계적으로 판단해 기본권을 침해하는 판결을 했다는 '법원 해석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헌재는 박 전 총장의 청구를 접수해 지난달 30일 사건을 재판부에 회부해 심리키로 결정했다.

 박 전 총장은 청구서를 통해 "지출된 소송 비용 등은 교수들의 수업권과 학습권이 침해된 상황에서 대학 총장으로서 학교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쓰인 학교 교육에 직접 연관된 비용들"이라며 "학교 운영에 관련된 법적 분쟁 비용은 학교 운영에 내재된 것이며 법인회계이건 교비회계이건 귀속 주체는 최종적으로 학교법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법인회계와 학교회계를 구분하는 것은 학교법인의 사학경영을 실질적으로 봉쇄하는 규정"이라며 "사립학교의 수입원은 기본적으로 등록금이다. 이미 학교를 설립하면서 막대한 출연을 한 학교법인에 운영비용까지 부담시키는 것은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총장은 2006년 7월부터 2011년 5월까지 근로관계로 인한 부당노동행위구제·해고무효소송 등 법무비용, 노조 대응에 필요한 노무법인 자문료, 교수의 성희롱 발언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 취소 행정소송 비용 등으로 지출한 약 11억6800만원을 교비회계에서 유용해 업무상 횡령죄와 사립학교법 위반죄로 벌금 1000만원의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인 이른바 '재판소원'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에서 오랫동안 갈등이 빚어진 극히 민감한 문제다.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소원심판의 청구 사유를 규정하는 제68조1항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를 둬 원칙적으로 법원 판결을 심리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다만 헌재에서는 해당 법규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려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의 경우에는 법원 판결이라도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상태다. 

 법원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헌법소원이 허용될 경우 사실상 헌재가 대법원 위에 군림하는 일종의 '4심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법조계 내부에서도 재판소원에 대한 견해 차가 상당하다.

 박 전 총장은 법원 판결에 대한 심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1항의 위헌 여부를 다시 판단해 재판소원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취지의 청구까지 했다.

 박 전 총장 측은 "헌법소원의 최후적, 보충적 구제절차로서의 성격을 볼 때 재판이 기본권에 대한 이해 없이 이뤄졌거나 중대하게 자의적으로 판단됐을 경우에도 재판소원이 허용되는 것이 상당하다"며 "법원의 사법권 행사가 중요한 권력작용인 만큼 헌재가 법원 재판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통제함으로써 사법부가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것을 담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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