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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경제/기업

트럼프 파리기후협약 탈퇴에 난감한 GCF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면서 한국에 사무국을 둔 녹색기후기금(GCF)이 난감한 상황이 처했다. 트럼프가 GCF에 대해서도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며 분담금 지불을 거부하면서 여타국의 이탈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다만 파리협정을 탈퇴하는데만도 4년의 시간이 걸리는데다 글로벌 트렌드는 화석연료를 지양하고 신성장에너지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당장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오늘부터 파리협정의 비구속 조항 이행을 중단한다"며 "재협상을 통해 재가입할 수는 있지만 우선과제는 아니다. 재협상을 할 수 없어도 괜찮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GCF 분담금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도 "기후변화는 사기"라며 협약 탈퇴를 예상할 수 있는 발언을 내뱉어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첫 예산안에서 환경보호청(EPA)의 예산을 전년 대비 30% 넘게 삭감하기도 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러스트벨트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지지를 업고 당선된 그의 숙명이나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대선 당시 해외로 빠져나간 공장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는 협정 탈퇴를 발표하면서 "나는 파리가 아니라 피츠버그 시민들에 의해 대통령에 선출됐다"고 말했다. 피츠버그는 제조업의 쇠퇴로 불황을 맞은 지역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협약인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제한 목표치를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씨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목표다. 트럼프의 협정 탈퇴 선언은 화석연료를 떼서 공장을 돌리는 쇠락한 공업지대 주민들을 향한 외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미래의 트렌드라는 측면에서 트럼프의 협약 탈퇴 선언이 국내 정치용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미국에는 쇠락한 제조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대 전기차 브랜드인 테슬라 등 4차산업혁명의 선두에 선 기업들이 사업을 가열차게 확장 중이다. 

기존의 기득권으로 대변되는 러스트벨트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당장의 이익일지는 모르지만 미국의 미래를 봤을 때 신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트럼프가 언급한 피츠버그의 빌 페두토 시장은 "우리는 국민과 경제, 미래를 위해 파리 기후변화협정의 지침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간 혁신과 풍력 및 태양광 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로 최근 수년간 새로운 일자리들이 빠르게 늘어났다"며 "파리 협정에 남아있는 국가들은 일자리와 산업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래를 거부한 소수의 국가들에 합류했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는 나라인 만큼 GCF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행보가 반갑지 않다. '맏형' 역할을 했던 미국이 GCF를 외면하면서 여타국들의 이탈이 이어질지 여부가 GCF, 그리고 최초로 국제기구를 유치한 우리 정부의 가장 큰 우려다.

GCF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국제기구로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기금이다. 우리나라의 첫 국제기구로 인천 송도에 사무국을 두고 있다. 

협정대로라면 미국이 30억 달러를 약속해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기로 했다. 일본이 15억 달러로 그 다음, 영국(12억 달러), 독일·프랑스(10억 달러)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때 10억 달러를 납부한 이후 나머지 20억 달러에 대한 약속은 지키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이 리더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더라도 GCF의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을것이라는 게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일본과 유럽지역 국가들, 개발도상국의 대표주자인 중국이 GCF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GCF는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재원이 부족하지 않은데다 사업도 점차 확장되고 있다"며 "미국이 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는 국가이긴 하지만 미국이 빠진다고 휘청거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97명의 정규직을 둔 GCF는 올해 말까지 140명으로 정규직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지난 4월 이사회에서 설정한 바 있다. 

게다가 파리협정은 3년간 탈퇴가 안 되는데다 탈퇴 의사를 표시한 이후 1년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하지 않는 이상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기후변화라는 글로벌 트렌드는 도도히 흐르는 큰 강이기 때문에 몇 사람이 뒤집는다고해서 되돌려지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국이 실제로 흐름에 역행했을 때 중국에게도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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