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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4. (수)

경제/기업

종합주류도매업계, 리베이트 고시 개정안 '소기의 성과'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오정석 회장
리베이트 문제,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려 공정경쟁 기틀 마련
고시 개정 주도적으로 이끌어...대표 유통단체 존재감 과시

 

 

"지난달 화성의 한 도매업체가 부도가 났습니다. 7월에는 안산, 6월에는 인천의 한 도매업체도 부도로 쓰러졌습니다."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오정석 회장은 '리베이트 고시 개정안'이 재행정예고된 지난 19일 "리베이트에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도매사업자들의 현 실상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난 2014년 중앙회장에 취임한 이후 도매사업자들에게 줄곧 "생존가격 준수, 내실경영"을 외쳐왔다. 내실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리베이트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리베이트 개선 작업을 조용히 추진했다.

 

이번 국세청의 리베이트 관련 고시 개정은 (유통 쪽에서는) 사실 오 회장의 손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6년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한국수입주류도매협회와 주류유통단체 협의회를 구성하고, 이듬해 '리베이트 불공정 행위개선 주류유통단체협의회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때부터 유통단계에서의 자발적인 리베이트 근절 움직임을 본격화 했다.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를 비롯해 3개 단체는 매월 순회 간담회를 갖고 6개 위스키 제조사와 협의를 벌이는 한편, 이들 회사의 영업총괄책임자들과도 리베이트 근절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해 나갔다.

 

치밀한 계획에 따라 중앙회는 지난해 5월 국회를 등에 업고 '주류 업계 리베이트, 그 해법은?'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어 리베이트 문제를 공론화 하고 여론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공청회 후에는 국세청에 도매업계의 의견을 정리해 전달하고 국회의원들에게도 지원을 요청했다.

 

또한 3개 단체의 회장들은 국회 공청회 후에도 매월 정례적인 회합을 가지며 리베이트 근절 의지를 재확인하고 업계건의안을 최종 정리해 국세청에 또 제출했다.

 

공청회 후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더 바빴다. 오정석 회장을 비롯해 중앙회 임원진은 거의 매월 국세청을 방문해 리베이트 근절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업계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전달하며 고시 개정을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도매사업자들의 고시 개정 반대 움직임도 일었다.

 

중앙회의 끈질긴 노력과 국세청의 강력한 주류유통질서 확립 의지로 지난 5월 드디어 고시 개정안이 나왔다. 그러나 이 고시 개정안은 프렌차이즈업, 외식업 등 도소매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연기돼 버렸다. 리베이트 문제는 아주 드물게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첫 개정안이 보류되고 수정안을 만들기 위해 국세청과 12개 도소매 유통단체, 15개 제조.수입회사가 모여 다시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해서 4개월여에 만에 나온 최종안에는 ▶위스키, 금품 제공 허용(도매.중개업자 1%, 음식업자 3% 내) ▶도매.중개업자 금품 수취 금지(2020년 6월1일 시행) ▶제공이 금지되는 물품에서 대여금 제외 ▶내구소비재, 기존 사업자도 지급 ▶맥주 추출기 제공 허용 ▶광고선전용 소모품 유흥음식업자에게 제공 허용 ▶고시 위반행위 개수 산정 기준 강화 등이 담겼다.

 

이번 재행정예고안은 업계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를 모두 담아내는 진통을 겪으며 탄생했다.

 

종합주류도매업계 입장에서 보면 이번 고시 재행정예고안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알려진 바와 같이 종합주류도매업계가 국세청 고시와 관련해 가장 포커스를 맞췄던 부분은 '리베이트' 조항.

 

재행정예고된 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제조사.도매사.소매사 모두 리베이트를 주거나 받을 수 없는 것으로 명확히 정리됐고, 다만 위스키에 한해 도매업자의 경우 공급가액의 1% 범위 내에서 허용됐다.

 

당초 종합주류도매업계 일각에서는 상한선을 5% 정도로 예상했으나 이보다 훨씬 더 강화돼 1% 한도로 리베이트가 규제됨으로써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도매업자 리베이트 가이드라인이 국세청 고시에 명문화 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특히 도매업자의 리베이트 수취 금지 규정이 이번에 신설됐다. 다만 도매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자율적인 정화 기간을 부여하기 위해 시행을 2020년 6월1일로 늦췄다.
 
그러나 종합주류도매업계 입장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금지 대상 금품'에서 대여금이 빠진 것과 가격기준과 관련한 조항이다.

 

당초 개정안에는 대여금도 금지대상 물품에 포함됐으나, 대여금을 창업자금 및 운전자금으로 쓰는 영세자영업자의 상황을 감안해 제외됐다. 그러나 이번 고시 시행 후 시장상황을 봐가며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다시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여지가 남아있다.

 

'동일시점 동일가격' 등 가격과 관련한 부분은 국세청이 강한 의지를 보였으며 종합주류도매업계도 개정안에 포함되기를 바랐으나, 경쟁제한적 요소가 있다는 공정위 등 유관부처의 해석 때문에 결국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전언이다.

 

그럼에도 이번 재행정예고안은 그동안 수많은 문제점을 양산해 온 리베이트 문제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려 결과적으로 공정경쟁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만하다.

 

특히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뿐만 아니라 주류산업협회, 주류수입협회, 수입주류도매협회, 외식업중앙회, 유흥음식업중앙회, 단란주점업중앙회,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담아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시가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만이 아니라 전체 제조.유통단계의 준수노력이 중요한데,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를 모두 담았으므로 그만큼 고시 이행 가능성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이번 고시 개정 과정에서 유통단체를 대표하는 존재감을 충분히 과시했다. 과거에는 업계의 건의사항이나 의견을 관계당국에 제출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업계의 병폐와 실상을 파헤쳐 공론화하고, 국회 공청회를 열고, 고시개정의 정당성을 주도적으로 이끎으로써 위상을 안팎에 과시했다.  
 
오정석 회장은 "이제 남은 일은 고시를 제대로 이행하면서 주류거래질서가 정상화될 때까지 위기를 잘 극복해 내는 것"이라며 "현재 주류 시장이 어렵지만 고시가 제대로 시행되면 한 가닥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이번 고시 개정안은 불공정과 변칙을 바로잡아 주류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제조-도매-소매 모두 고시를 철저히 준수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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