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4.12. (금)

기타

檢, 천경자 화백 '미인도' 진품 결론 근거는…'특유의 작풍'

고(故) 천경자(1924~2015)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을 수사 해온 검찰이 19일 해당 작품을 진품으로 결론 내린 데는 천 화백의 작풍(作風)이 근거가 됐다.

천 화백의 다른 작품에서 사용된 기법과 미인도에서 사용된 기법이 동일하다는 점 등을 첨단 기법을 통해 분석해내거나 전문가들의 안목감정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이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가 미인도에서 확인한 천 화백의 미술기법은 '석채'와 '두터운 덧칠' '압인선(押引線)' 등이다.

검찰은 천 화백이 바탕작업 시 화선지 위에 '백반, 아교, 호분'으로 바탕칠을 한 뒤 수없는 덧칠 작업을 거치고, 이후 '석채' 안료로 채색을 완성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석채는 암석을 으깨서 만든 물감을 뜻한다.

검찰에 따르면, 천 화백이 작품을 만든 시기인 1970년대에는 국내에 석채가 판매가 되지 않아 일본에 건너가 공수했다. 위조 화가가 값비싼 석채를 공수해가면서 위작을 만들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천 화백의 작품 중 다수에 석채가 사용된 것이 이 같은 판단을 가능케 했다.

작품 완성 과정에서 수없이 덧칠하는 기법 역시 통상의 위조 화가의 제작방법과는 확연히 다른 방법이라고 한다. 검찰은 수일만에 작품을 하나씩 생산해야 하는 위조 화가가 상당 기한이 필요한 이 같은 기법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천 화백의 이 같은 기법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미인도를 비롯해 '청춘의 문' 등 다른 작품 그림 밑층에서 '다른 밑그림'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림 속 입술 밑층에서 다른 위치·형태의 입술모양, 머리카락의 밑층에서 숨겨진 꽃그림 등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천 화백의 작품에서 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압인선)이 발견된 것도 진품과 위작을 가르는 주요 단서가 됐다.

천 화백의 작품 중 '꽃잎' '나비' 등 섬세한 표현이 필요한 부분에서 압인선이 발견됐는데, 이는 육안으로 관찰되지 않아 천 화백의 제자 등 주변인물 역시 관련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천 화백이 1976년 스케치한 '차녀 스케치'와 미인도가 구도와 세부 묘사가 고도로 유사하다는 점도 검찰의 진품 판단 근거로 작용됐다.

천 화백의 작품 중에는 동일한 스케치를 여러 작품에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작품이 다수 있는데, 미인도 역시 '차녀 스케치'를 바탕으로 1977년 만들어진 뒤 1981년 '장미와 여인'으로 발전했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은 논란이 된 작품 이외에 미인도의 원작이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 발견되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위조 화가가 원작 없이 소재와 구도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위작은 원작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미인도와 유사한 '차녀 스케치'의 경우 제작 연도는 1976년이지만, 올해 처음 공개됐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