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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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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카레라스 "한국에 오면 환영받는 따뜻한 느낌"

"올해 70세가 되면서 제가 평생 노래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전설의 테너 호세 카레라스(70)가 성악가로서 마지막으로 위대한 항해를 떠난다. 생애 마지막 월드투어의 돛을 올린 것이다. 47년 음악 인생을 정리하는 무대로 공연 타이틀 역시 '어 라이프 인 뮤직'을 내세웠다. 

카레라스의 마지막 여정의 좌표에는 서울도 포함됐다. 2017년 3월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호세 카레라스 마지막 월드 투어 - 음악과 함께한 인생'을 펼친다. 

카레라스는 내한에 앞서 진행한 뉴시스와 e-메일 인터뷰에서 "마무리를 앞둔 아티스트로서 앞으로 2년에 걸쳐 세계를 돌고 싶었다"며 "멋진 공연과 환상적인 관객들로 기억 속에 남아있는 도시들을 다시 가보기로 했다"며 서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휘자 데이비드 히메네스, 코리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는 이번 공연에서 유명 오페라 아리아, 카탈루니아 민요, 뮤지컬 등 호세 카레라스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곡들을 들려준다.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특별히 편곡 한 클래식 메들리도 포함돼 있어요. 또한 LED 스크린을 통해 관중들에게 제 '음악과 함께 한 인생'을 표현한 사진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스페인 카탈루니아에서 태어난 호세 카레라스는 1970년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에게 발탁, 그녀의 상대역으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다. 1971년 베르디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1위에 오르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데뷔 4년만인 28세에 24개 오페라의 주역을 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다. 

하지만 1987년 느닷없이 찾아온 백혈병으로 힘든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골수를 채취 할 때조차 성대를 다칠까 부분 마취를 해가며 치료를 받았다. 생존 확률이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음에도 기적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고 일여 년 만에 돌아온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판단이다. "내 인생과도 같았던 음악이 매우 그리울 것이고 놓기 힘들겠지만, 저에겐 또 다른 비전이 있어요. 바로 백혈병과 싸우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죠." 

은퇴 후 '호세 카레라스 백혈병 재단' 활동에 주력하는 이유다. "제 모든 에너지를 이 재단을 위해 바칠 생각이에요. 우리는 언젠가는 백혈병을 치유 가능한 병으로 만들겠다는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관련 연구와 데이터 뱅크에 투자를 하고 있어요. 중요한 단계들을 이미 거쳤지만 아직 우리에겐 갈 길이 많이 남아있어요."

카레라스의 성악가로서의 삶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이른바 '스리 테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전야제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 그리고 플라시도 도밍고(75)와 함께 한 무대로 음악계를 넘어 세계 문화계 전체에서 지명도를 얻게 된다. 이 공연의 실황음반은 세계에사 1200만장이 팔려나갔다. 클래식 음반 중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당시 공연 실황은 세계 15억명에게 생중계됐다. 

지난해 9월 내한한 플라시도 도밍고는 간담회에서 "앞서 카레라스를 만났다며 고별 투어를 계획 중이라고 했는데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믿지 않았다"고 했다. 카레라스가 은퇴를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듯하다. 

"우리는 정말 좋은 친구들이고, 종종 이야기를 나눠요. 이곳 저곳에서 많이 만나기도 하죠. 플라시도에게 제 마지막 투어에 대해 이야기 하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들은 것 같네요. 당연히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와 함께 공연하고 싶어요. 파바로티도 정말 많이 그리운데, 그 시절은 우리의 인생에 하이라이트와도 같은 순간들이었죠."

이번 내한은 2년3개월 만이다. 앞서 2014년 11월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다. 당시 이틀 간 예정됐던 공연 중 하루만 정상적으로 열리고 이튿날 공연은 급성 후두염으로 취소했다. 

갑작스런 상황임에도, 당시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화를 내기보다 고령의 테너 건강을 걱정하며 또 다시 내한하기를 기다렸다. 이번 내한에 대해 카레라스나 팬들이나 학수고대하는 이유다. 

 

"한국에 올 때면 항상 매우 환영 받는 느낌이 들어요. 따뜻함에 감동 받으며, 관중들의 지식에 놀라는데, 이곳에서 다시 공연하게 돼 매우 기쁘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앞에서 최선을 다해 공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네요." 

카레라스는 오페라 음반 50장을 포함해 총 160장의 음반을 발매했다. 총 판매량은 무려 8500만장에 이른다. 그래미상과 에미상 등을 받았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페인, 독일에서 국가가 수여하는 상도 거머쥐었다. 

여섯살 때 영화 '위대한 카루소'를 보고 성악가의 꿈을 키운 당신처럼, 그 나이 때 당신을 보고 성악가 꿈을 키운 숱한 후배들이 있다. 조언을 청하자 "성악가들 각자가 다르기 때문에 조언을 해준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했다. 다만 "재능을 제외하고 이야기 한다면 스스로 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훈련 없이는 커리어를 이어갈 수 없다"고 귀띔했다. 

이번 투어의 마지막 공연을 마친 뒤 자고 일어난 다음날 가장 먼저 무엇을 할까. "간단해요. 최대한 늦게 까지 잠을 자고 아침을 조금 먹어요. 그러기 위해 공연이 끝나는 날에는 방에 들어와서 아무리 늦더라도 꼭 짐을 미리 싸 놓고 자죠." 그의 또 다른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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