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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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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피아노 거장' 데죄 란키 "30년만의 협연 서울시향 발전 빨리 보고 싶어"

"서울시향과의 협연에 매우 큰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30년 전과 비교를 했을 때 서울시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발전을 했으니까요."

헝가리의 피아노 거장 데죄 란키(66)가 오는 20~21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서울시향의 '마르쿠스 슈텐츠 사이클 I : 낭만주의 시대의 혁명가들'을 통해 30년 만에 내한공연한다. 

1986년 5월 3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독주회를 열었던 란키는 뉴시스와 e-메일 인터뷰에서 "당시 포스터를 지금도 가지고 있지만, 한국어로 쓰여 있어 읽지는 못한다"며 "당시 프로그램은 모차르트의 소나타들과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였다"고 돌아봤다. 

이번 공연에서는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1973년 헝가리 최고 영예의 '프란츠 리스트상'을 수상하는 '리스트 스페셜리스트'로 통하는 만큼 기대가 크다. 

작곡가이기 이전에 당대 최고의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떨쳤던 리스트는 수많은 피아노 작품들과 함께 두 편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다. 이중 협주곡 1번은 화려함과 장중함이 농축된 걸작이자 난곡으로 통한다. 

리스트 특유의 현란한 기교와 찬란한 색채감을 뽐내는 란키의 리스트 협주곡을 국내에 실연으로 만나는 이번 연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리스트는 저를 포함해 저희 가족모두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중 한명입니다. 저희 가족 중 건축가인 첫째 아들을 제외한 제 아내와 둘째 아들 모두 가 피아니스트인데, 저희 모두 작곡가 리스트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스트는 독특한 성향의 소유자였으며 무척 획기적인 음악가였습니다."

란키는 이와 함께 리스트가 헝가리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무척 강한 작곡가였고 후대 음악가들에게 영감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고 평했다.

 

 

 

"협주곡 1번을 2번보다 훨씬 후에 배웠습니다. 협주곡 2번은 아름답지만,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덜 연주했거든요. 지금은 협주곡 1번이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사랑합니다. 진정한 대곡입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64), 졸탄 코치슈(195~2016)와 함께 피아노계의 '헝가리 3총사'로 통한다. 세 사람 모두 프란츠 리스트 음악원에서 전설적인 명교수 페렌츠 라도시를 사사했다. 

"저도 우리 셋이 함께 자주 언급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같은 해에 음악을 시작했고, 같은 선생님께 배웠고, 연배도 비슷합니다. 우리는 음악원에서 매우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고, 매우 아름다운 추억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치슈는 안타깝게도 지난해 11월 세상을 먼저 떠났다. "우리에게 졸탄의 죽음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큰 충격이었습니다. 우리는 57년 동안 친구였으니까요."

란키는 고전, 낭만, 그리고 현대 음악 레퍼토리로 인정받아왔다. 특히 헝가리 피아니즘의 계보를 잇는 명인으로 리스트와 버르토크 작품에서 헝가리 특유의 섬세하고 친밀도 높은 피아니즘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헝가리 피아니즘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바르토크의 음악과 함께 자랐습니다. '어린이를 위하여'와 '소우주'로 시작했습니다. 바르토크는 헝가리의 알려지지 않은 민속 음악들을 수집한 첫 사람입니다. 훗날 그의 음악이 민속적 색채의 요소와 구조로 발전하는데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우리 헝가리 사람들이 헝가리어로 말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들을 느끼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억양, 헝가리어가 갖는 리듬, 노래하는 스타일들이 큰 역할을 하지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현지 투어도 예정됐다. "일본에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콘서트 홀들이 지어지고, 뛰어난 오케스트라들이 생겨나고, 대중들의 음악적 수준이 높아지는 등 그들의 삶 속에서 음악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놀랍습니다." 

아시아 클래식음악 시장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음악 시장이라는 표현을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저는 '음악'과 '시장'(혹은 산업)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예술단체들이 전문화 및 다양화돼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하루 빨리 한국에 방문해 음악계를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륜에 따라 노련해지는 연주와 여전히 수려한 외모로 스타성을 유지하고 있는 란키에게 후배 피아니스트들을 위한 조언을 청하자 "본인이 직접 경험을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건넸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찾아내어 발전시켜나가고 훌륭한 걸작들에 담긴 작곡가들의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그게 인기와 명성을 얻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한편 이번 공연은 독일 출신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52·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상임지휘자)가 서울시향의 수석객원지휘자로 오르는 첫 무대이기도 하다. 

티에리 피셔와 더불어 서울시향의 수석객원지휘자 중 한 축으로 활약하게 될 슈텐츠는 이번 공연에서 100년 만에 발견된 스트라빈스키 '장송적 노래'의 아시아 초연을 지휘한다. 고귀함이 짙게 드러나는 슈만 교향곡 2번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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