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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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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에 그린카드 찢은 소잉카…그의 아프리카

 "아프리카에 대한 진정한 탐색은 아직 멀었다. 이 책은 아프리카의 실존적인 총체성의 낭비적인 탈곡장으로부터 낱알 몇 개를 구해 내는 것일 따름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월레 소잉카가 인문학 에세이 '오브 아프리카'를 출간한 문제의식이다. 

아프리카는 제국주의 식민지에서 해방돼 나갔지만, 신생 독립국의 정치가와 군인들은 아프리카인들을 과거의 외부 세력보다 더 극악무도한 폭압으로 내몰았다. 

이디 아민, 마시아스 응구에마, 장 베델 보카사, 세세 세코 모부투, 사이드 바레, 로버트 무가베, 오마르 알바시르……. 

소잉카는 아프리카인들이 저지른 반인륜적인 폭거를 이렇게 진단한다. "외국 열강과 초국적 기업들은 독재정권과 상대하기를 좋아한다. (……) 그래서 아프리카 대륙을 근대 세계의 주된 흐름에 합류시키려면 '강력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신화가 만들어지고, 그것은 통상 사절이 떠받드는 복음이 된다."

현재에도 아프리카 대륙은 르완다 제노사이드 이래로 수단의 다르푸르 사태 등으로 유례가 없는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세계는 더 엄혹하다. 소잉카는 지난해 11월 영국 옥스퍼드대학 강연에서 "트럼프 승리가 발표되는 순간 그린카드(미국 영주권)를 찢어 버리고 짐을 싸서 출국하겠다"고 공언했다. 

결국 올해 1월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나는 영주권을 버렸고 내가 항상 있던 곳으로 이사를 왔다. …… 나는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소잉카는 궁극적으로 세계가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종교와 아프리카 영성의 실체를 제시함으로써 '세계의 종교'들, 특히 이분법과 근본주의로 치닫는 기독교와 이슬람이 해결하지 못하는 갈등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하고자 한다. 

선악 논리에 입각한 패권적인 종교들과 달리, 편을 갈라 특정 집단이나 종교나 문화를 배척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과 다른 타자를 수용하면서 인간적인 가치를 공유하자는 것이다. 소잉카가 아프리카의 과거를 응시하고 성찰하고 반성하는 것에서 시작해 아프리카의 종교와 영성을 강조 하는 쪽으로 옮아가는 이유다. 아프리카의 토속신앙이 표방하는 지혜와 타협, 공존의 정신을 강조하는 셈이다. 왕은철 옮김, 272쪽, 1만6000원, 삼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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