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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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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민낯 드러낸 한국 야구, 2회 연속 1라운드 탈락 '수모'

한국 야구가 2회 연속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 수모를 당했다.

김인식(70) 감독이 이끄는 한국 WBC 대표팀은 지난 6일 이스라엘에 1-2로, 7일 네덜란드에 0-5로 패배해 벼랑 끝에 몰렸다.

그나마 기적을 바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8일 대만이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승리하고, 9일 이스라엘이 네덜란드를 꺾는 것이었다.

이럴 경우 3승을 거둔 이스라엘을 제외한 나머지 세 국가가 1승2패로 동률을 이루게 되고, 동률팀 간 이닝당 최소실점, 최소 평균자책점, 최고 타율 순으로 순위를 정해 4위가 탈락한다. 2, 3위는 2라운드 진출권을 놓고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메이저리거가 포진한 네덜란드는 A조 최강 전력으로 꼽혔다. 네덜란드가 대만, 이스라엘에 연달아 질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다.

네덜란드가 8일 대만을 6-5로 꺾으면서 결국 한국의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안방에서 맛본 처절한 '참사'다. 한국 야구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한국 야구는 2006년 제1회 WBC에서 4강에 오르는 영광을 맛봤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일본, 대만에 내리 져 동메달에 그치는 '도하 참사'를 맛보긴 했지만, 이후 국제대회에서 승승장구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딴 한국 야구는 2009년 제2회 WBC에서 결승까지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일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은 KBO리그 인기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관중이 급증했고, KBO리그의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규모가 커지면서 선수들의 몸값도 급상승했다.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 몸값은 1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몸값 거품론'까지 등장했다.

특히 타고투저가 극심한 KBO리그에서 뛰는 타자들이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가 모두 불참해 이번 대회에서 국내파만으로 야수진을 꾸렸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마운드가 타선보다 더 큰 걱정거리였다. 해외 무대를 경험한 김태균(한화 이글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에 최형우(KIA 타이거즈)까지 버틴 타선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약하지 않다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서니 '우물 안 개구리'나 다름없었다.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 무려 40명의 타자가 3할을 넘겼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뛴 이대호를 제외하고 3할을 넘기지 못한 타자는 허경민(두산 베어스), 김태군(NC 다이노스) 뿐이었다. 

그럼에도 대표팀은 2경기에서 1점을 뽑는데 그쳤다. 

응집력이 부족했다.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한국 타선은 7개의 안타와 6개의 사사구를 얻어냈지만, 1점을 뽑는데 그치면서 이스라엘에 1-2로 덜미를 잡혔다. 네덜란드전에서는 안타 6개, 볼넷 4개를 기록하고도 한 점도 뽑지 못했다.

김 감독은 김태균, 이대호에게 3, 4번 타자의 중책을 맡겼지만,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김태균은 7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이대호도 9타수 1안타에 그쳤다. 두 명 모두 타점은 없었다. 타격감 저조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최형우는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9회 2사 후 대타로 나서 내야안타를 친 것이 전부다.

한국 타자들이 이번 대회에서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인 것은 비교적 좁은 스트라이크존 탓이라는 관측이다.

한국 타자들은 이번 대회에서 메이저리그 심판의 볼 판정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수들도 메이저리그 심판들의 볼 판정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스트라이크존을 최대한 활용하는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것에 익숙한 한국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파고드는 공이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다가 볼 판정을 받자 어려움을 겪었다.

김 감독은 "투수들이 제구 난조를 보인 것이 스트라이크존 문제도 있었다고 한다. KBO리그와 비교해 메이저리그 스트라이크존은 좌우를 잘 잡아주지 않고, 높거나 낮은 공은 잘 잡아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방에서 참사를 경험한 한국은 역대 최악을 모면하는 것을 목표로 대만과의 1라운드 최종전에 나선다. 

한국과 대만의 경기는 '탈꼴지 싸움'이다.

이미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한국과 대만 중 최종전에서 지는 팀은 2021년 WBC 본선에 나서기 위해 2020년 예선을 치러야 한다.

WBC 본선에는 16개국이 나선다. 이 중 12개 국가만 차기 대회 본선에 직행한다. 4개 조에서 각 조 상위 3개 팀이 2021년 WBC 본선에 직행하는 셈이다.

한국은 2013년 WBC에서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지만, 조 3위에 올라 본선 직행 티켓은 지켜냈다.

이미 안방에서 당한 수모인 만큼 역대 최악의 참사로 손꼽을만 하다. 그래도 더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대만전 승리가 필수다.

대만도 쉬운 상대는 아니다.

'복병' 이스라엘에 7-15로 맥없이 졌던 대만은 이날 네덜란드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무엇보다 2경기에서 12점을 올리며 타격감이 한층 물오른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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