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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기타

조성진 만난 통영 학생들 "멋있고 강렬했어요"

6일 오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무려 피아니스트 조성진(23)이 무대에 올랐는데 객석의 풍경은 이채로웠다. 

통영시 초·중·고등학생 수백명이 초청됐는데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초등학생, 눈을 감고 있는 중학생, 친구와 소곤거리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곡이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힘껏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특히 마지막에 조성진이 '영웅'이라는 부제를 단 쇼팽 폴로네이즈 op. 53을 연주한 순간 학생들은 마법에 빠진 것처럼 그의 연주에 홀렸다. 

지난 2014년 10월 '제17회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1위와 함께 폴로네이즈 연주로 폴로네이즈상도 거머쥐었던 조성진의 강렬한 타건에는 한층 더 성숙함이 깊게 배어나왔다. 

쇼팽 콩쿠르 최초 한국인 우승자인 조성진이 약 2년7개월 만에 통영국제음악재단의 스쿨 콘서트를 통해 통영 학생들을 만났다. 

앞서 조성진은 2014년 10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스쿨콘서트에서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 바 있다.

조성진은 이날 쇼팽 폴로네이즈에 앞서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과 어린이 차지를 들려줬다. 특히 드뷔시가 사랑하는 딸 '엠마'에게 음악적인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작곡한 모음곡으로 알려진 어린이 차지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드뷔시의 음악적 기법이 응축된 6곡으로 구성됐는데 다양한 색깔을 자연스럽게 오간다. 명상적이면서 위트가 넘치고 목가적이며 세련됐다. 

조성진은 쇼팽을 강렬하게 해석하는 반면, 드뷔시는 노련하게 연주한다는 평을 받는데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어릴 때부터 의젓한 연주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란 그는 마치 아이들에게 정성껏 이야기를 들려주듯 곡들을 연주해나갔다. 

드뷔시는 딸 엠마를 귀염둥이라는 뜻의 슈슈(Chou Chou)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했는데 조성진의 연주 역시 한껏 객석에 대한 애정이 실려 있었다. 

강렬한 타건보다는 강약을 조절했다. 보통 일반 클래식 공연장에서 모음곡 사이에 박수 소리를 듣기 힘들지만 이날 학생 위주의 객석에서는 자주 들렸다. 그럴 때마다 조성진은 목례 등 예의를 갖춰 객석에게 화답을 해주고 연주를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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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뉴시스】조성진 통영 스쿨콘서트. 2017.05.06. 이재훈 기자 realpaper7@newsis.com
동안의 외모와 달리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를 지닌 조성진은 사회자와 진행한 짧은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 매일 2~3시간씩은 꾸준히 연습했다"고 말했다. 

통영국제음악당의 음향이 좋아 연주하고 싶은 공연장이라며 3년 만에 연주해도 역시 마음에 든다고 했다. 평소 클래식음악을 주로 듣지만 김광석의 노래도 좋아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조성진을 전에는 알지 못했다는 통영 제석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김나현(12)·김다영(12) 양은 "멋있는 피아니스트에요. 연주한 음악을 더 듣고 싶다"고 했다. 

과학자가 꿈이지만 트럼펫과 첼로를 배우고 있다는 통영중앙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아원(13) 양은 "마지막곡(폴로네이즈)에서 정말 멋있고 강렬했다"고 했다. "통영국제음악당에 여러 번 왔는데 올 때마다 듣는 귀가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스쿨 콘서트 이후 로비는 조성진의 리사이틀 현수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관객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이날 조성진의 스쿨콘서트 관객과 연휴 동안 루지 체험을 위한 관광객 등이 겹치면서 통영 시내는 평소보다 심한 교통 체증이 생겼다. 택시기사마저 "이렇게 차가 많은 건 처음 본다"고 했다. 

조성진은 같은날 오후 5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쇼팽 발라드 전곡과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2번 그리고 드뷔시의 영상 1, 2권을 연주한다. 지난 3월 인터넷 티켓 판매 시작 79초만에 1100석이 매진된 공연이다. 

지난달 1일 현장판매한 잔여분 200장을 구매하기 위해 새벽 1시부터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통영 공연 다음날인 7일에는 대구 수성아트피아로 공연을 이어간다. 이후 올해 조성진의 한국 내 공연은 예정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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